결핵퇴치 주역 이정재 이사장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8시 13분


아직도 5만여명에 이르는 결핵환자들을 돕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후원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이정재 이사장. -권주훈기자
아직도 5만여명에 이르는 결핵환자들을 돕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후원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이정재 이사장. -권주훈기자
“매달 10만원만 있으면 세상 무엇보다 귀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결핵환자들을 돕는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보금자리’(02-385-2025)의 이정재(李正宰·66) 이사장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입버릇처럼 돼 버렸다. ‘월 1만원 후원자’를 늘려 가급적 많은 결핵환자를 도와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결핵환자들의 대부로 살아온 지 30여년. 사재를 털어 결핵환자들을 도와왔던 그는 지난 해 평생 동안 번 550억원 상당의 건물과 땅을 출연해 ‘사랑의 보금자리’를 출범시켰다.

“좀 더 빨리 재단을 만들지 못한 게 후회스럽습니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이 땅에서 결핵이 사라지게 하는 데 남은 힘을 쏟고 싶어요.”

그가 결핵퇴치운동에 나선 것은 그 자신이 이 병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학을 하며 어렵게 공부했던 그는 서울대 농화학과 1학년 때 각혈을 하며 쓰러진 후 10년 동안 이 병으로 고생했으며 한때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는 선고를 받기도 했다.

“눈앞이 캄캄했지요. 살려만 주신다면 나 같은 결핵환자를 돕는 데 평생을 바치겠다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어요.”

이후 기적적으로 완쾌한 그는 약속대로 결핵환자들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영양부족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돼지와 개를 잡아 몸보신을 시켰고 건물 임대업과 의약품 수입사업 등으로 번 돈을 아낌없이 환자들의 약값에 보탰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지난 30여년간 5만여명에 이르는 환자들이 새 삶을 찾을 수 있었다.

“40㎏이 채 안 되던 30대 청년이 완쾌돼 60㎏이 넘는 건장한 체구로 변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그저 경이롭기만 합니다.”

보건복지부 추산으로 현재 국내의 결핵환자는 약 5만명. 그는 “이들을 완치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50억원이 필요하다”며 많은 사람의 후원을 호소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도 결핵을 앓는 사람들이 있느냐고들 묻지만 빈곤층의 삶은 아직도 비참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영양결핍으로 결핵환자가 많은 북한의 실정은 더욱 심각한 상태”라며 “여력이 있으면 북한의 결핵환자들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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