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태 前교보문고사장 경실련 유통업체 경영 맡아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7시 43분


“어느 자리에 있느냐보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의미 있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 사장이었던 김연태(金年泰·56·사진)씨가 ‘인생의 변신’을 결심할 때 한 생각이다. 김씨는 7월 사장직을 그만둔 뒤 이름도 생소한 ‘정농(正農)’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농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유통회사. 철저하게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산물만 골라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하는 회사. 환경과 농업을 생각하는 시민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60억원 정도. 회사 규모가 작고 회원들의 출자로 이뤄져 직책은 사장이지만 그의 한 달 봉급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연봉이 1억5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김씨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경제적인 풍요를 버리고 ‘낮은 곳’으로 향했지만 “사회에 봉사한다”는 기쁨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가 자리를 옮긴 데는 고교동문인 시민의 신문 이형모(李亨模) 사장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저는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은 게 많은 선택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더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도 나를 받아 주는 곳이 없을 것 같아 결심을 했죠.” 대학 졸업 후 유공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사장은 97년 유공 계열사 사장을 맡으면서 전문경영인의 반열에 올라 2000년 11월 교보문고의 공채 사장으로 선임되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김 사장의 꿈은 계속된다. “정농을 본 궤도에 올리고 나면 ‘진짜’ 시민운동을 해보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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