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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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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발견된 8만여명에 이르는 6·25전쟁 피랍자 명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데이터베이스작업을 마친 강릉대 김명호(金明浩·50·사진)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김 교수가 이 작업에 뛰어든 것은 3월 중순. 한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피랍자 명단이 발견됐으나 데이터베이스화할 여력이 없어 자료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안타까운 기사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엔 입력만 하면 되는 줄 알았죠. 하다보니 시간과 노력이 엄청 드는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8만2000여명에 이르는 한자 이름과 주소를 일일이 옥편을 찾아가며 한글로 바꾸고 입력하는 방대한 작업. 그를 포함해 30여명에 이르는 학생이 4개월여 동안 하루평균 6시간 이상 이 작업에 매달렸는가하면 막바지 보름간은 아예 밤을 지새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김 교수가 사비를 들여 학생들에게 다소의 수고비를 주긴 했지만 견디다 못해 도중에 그만 둔 학생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김 교수의 노력으로 8만2000여명에 이르는 피랍자 명단은 이제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홈페이지(www.korwarabductees.org)에 들어가 이름이나 주소 등만으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자료로 탈바꿈했다.
부친이 광복 당시 월남한 이산가족이라는 김 교수는 “아버님이 생전에 북에 두고 온 형제들을 무척 그리워하셨다”며 “헤어진 피붙이를 찾는 가족의 마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단 정리 과정에서 피랍자가 어느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닌 온 국민의 아픔이라는 것을 알게됐다”며 “이런 일을 일개 시민단체가 아무런 지원도 못 받은 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