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소박한 음식 좋아해요"

  • 입력 2002년 8월 16일 19시 21분


“북한분들은 깔끔한 음식을 좋아하고 특히 회를 잘 드셔서 행사 때마다 넉넉히 준비합니다.”

8·15민족통일대회가 치러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의 이춘식(李春植·40·사진) 조리팀장. 경력 20년의 이 팀장이 북한 대표단을 맞아 식사 준비를 총괄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

98년 평양농구단 방문을 시작으로 이산가족 상봉 등 굵직한 남북교류가 있을 때마다 행사장 한쪽에는 늘 그가 있었다. 이 팀장은 행사 전날이면 손수 메뉴와 재료를 일일이 다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지만 이젠 형제를 대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북측 인사들은 긴장해서였는지 음식을 별로 먹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지 직접 이야기할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긴다고 이 팀장은 전했다.

그는 부탁받은 음식을 다음날 바로 준비하는데 그럴 때면 북한 대표들은 “고생했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첫날 점심 메뉴는 한식 뷔페. 북측 인사들은 ‘호텔 음식’보다는 가정에서 늘 먹던 소박한 음식을 좋아한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한번은 한식 뷔페 메뉴에 없는 두부김치찌개와 낙지볶음을 했는데 거의 그것만 다 드시더라고요.”

특별한 메뉴를 권하거나 따로 테이블을 마련하면 한결같이 이를 사양하고 똑같이 어울려 식사하는 북측 대표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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