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기경은 권씨가 옥중에 있던 96년 한국의 권씨 후원회인사들의 요청을 받고 직접 석방탄원서에 서명을 했을 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에게도 서명을 권유해 3만여명의 사제와 신도로부터 서명을 받게 해 준 장본인.
반년 가까운 모국생활에 적응이 돼 이제는 우리말도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된 권씨는 “형무소에 있을 때부터 석방되면 꼭 한번 찾아뵈려고 했는데 그동안 한국말이 서툴러 망설였다”고 이날 추기경을 방문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말을 열심히 배워 일본에 있는 동포들에게도 우리말로 편지를 써 보내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한 뒤 68년 자신이 일본인의 차별대우에 대항해 사건을 일으키게 된 경위와 형무소에서 본래의 성을 되찾아 권씨가 된 과정 등을 ‘우리 말’로 소상히 밝혔다.
이에 대해 김추기경은 최근 한 재일동포 여성이 일본인의 차별의식을 비판하며 일본에서 출판해 화제가 된 ‘일본인 조선인’이라는 책을 예로 들면서 “재일동포들이 받는 차별에 대해 말은 많이 들었지만 직접 겪어보지 못한 우리들은 알기 힘들 것”이라며 권씨를 위로한 뒤 “남은 여생을 모국에서 편히 지내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