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권희로씨, 김수환추기경 예방

  • 입력 2000년 2월 21일 23시 31분


31년간의 일본형무소 복역을 마치고 지난해 영구귀국한 권희로(權嬉老·71)씨가 21일 오후 서울을 방문, 자신의 석방을 위해 그동안 많은 도움을 준 김수환추기경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학 주교관으로 예방했다.

김추기경은 권씨가 옥중에 있던 96년 한국의 권씨 후원회인사들의 요청을 받고 직접 석방탄원서에 서명을 했을 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에게도 서명을 권유해 3만여명의 사제와 신도로부터 서명을 받게 해 준 장본인.

반년 가까운 모국생활에 적응이 돼 이제는 우리말도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된 권씨는 “형무소에 있을 때부터 석방되면 꼭 한번 찾아뵈려고 했는데 그동안 한국말이 서툴러 망설였다”고 이날 추기경을 방문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말을 열심히 배워 일본에 있는 동포들에게도 우리말로 편지를 써 보내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한 뒤 68년 자신이 일본인의 차별대우에 대항해 사건을 일으키게 된 경위와 형무소에서 본래의 성을 되찾아 권씨가 된 과정 등을 ‘우리 말’로 소상히 밝혔다.

이에 대해 김추기경은 최근 한 재일동포 여성이 일본인의 차별의식을 비판하며 일본에서 출판해 화제가 된 ‘일본인 조선인’이라는 책을 예로 들면서 “재일동포들이 받는 차별에 대해 말은 많이 들었지만 직접 겪어보지 못한 우리들은 알기 힘들 것”이라며 권씨를 위로한 뒤 “남은 여생을 모국에서 편히 지내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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