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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25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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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나간 직후 백씨의 집필실인 통일마당집에는 “평생을 반독재 민주화 투쟁과 통일운동에 헌신해온 백선생의 통일문제연구소가 민주화된 오늘에 와서 문을 닫아서야 되겠는가”는 격려전화가 쇄도했다.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그동안 연락 못해 죄송하다” “용기를 잃지 말라”는 등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던 많은 인사들과 ‘말없는 보통사람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고기값을 보내니까 고기 좀 드시라”는 할머니도 있었고 “내가 타고 다니던 그랜저를 보내 드리겠다”고 말한 중년 남자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사전예매된 책이 3천여부. 서울대 김진균교수가 20권, 우석대학교 장명수총장이 4백권, 전국노점상연합회가 1천권을 예매했다.
유신시절 통일문제연구소가 강제 폐쇄당했을 때 딸에게 사주었던 월부 피아노를 팔아서 운영자금을 마련했던 백씨. 89년 통일마당집을 지을 때는 애장품인 백범 김구(白凡 金九)선생의 친필 한시 2점을 팔아 기금으로 썼고 이번에는 48년 남북협상을 다녀왔던 김구선생이 ‘백기완 군에게’라고 직접 서명해준 액자를 팔아 기금에 보탤 계획이다. 당시 백범선생이 “통일운동은 결코 네가 이기고 내가 지는 승부의 세계가 아니다”고 말씀해 주었다고 백씨는 회고했다. 백씨가 현재 집필 중인 원고의 제목은 ‘질라라비, 훨훨’. 우리민족의 ‘대륙성’에 관한 글이다.
통일문제연구소가 문을 닫은 것은 지난해 1월. 그리고 그해 6월 백씨는 문학강좌를 마치고 돌아오던 전철에서 강의료로 받은 20만원을 소매치기 당했다. 그러나 그후 그 소매치기는 2만원을 백씨에게 되돌려 보냈다. 백씨는 이에 힘을 얻어 다시한번 통일문제연구소를 살리기 위해 독지가 1만명으로부터 책 1권값(5천원)을 미리 받는 ‘1만권 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02―762―0017. 국민은행 031―21―0756―737 예금주 백기완.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