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 이희호여사]시종 담담…『당신 축하해요』

  • 입력 1998년 2월 25일 19시 56분


25일 아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가 남편에게 건넨 첫마디는 “당신 축하해요”였다. 김대통령도 “당신도 축하해요”라고 화답했다. 취임식에서 이여사의 표정과 몸가짐은 내내 담담하고 조용했다.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가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내외빈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여사는 취임식후 축하객들의 환호 속에 김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로 향하는 전용차에 올랐다. 차창 너머로 가볍게 손을 흔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여사는 김대통령의 아내라기 보다는 오랜 동지. 김대통령이 70년대 이후 납치 망명 투옥 연금의 나날을 보내는 동안 이여사도 고난을 함께했다. 이여사는 1922년 유복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명문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문과,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당시로는 드물게 미국 램버스대와 스칼렛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신세대 엘리트 여성이었다. 김대통령을 만난 것은 61년. 당시 김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부인과 사별한뒤 두 아들(홍일·弘一, 홍업·弘業)과 함께 전세방을 전전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여사는 이듬해 5월 김대통령과 결혼했다. 이여사는 당시를 “가능성과 사람 됨됨이만 보고 나의 미래를 건 엄청난 모험이었다”고 회고한다. 이여사는 YWCA상임위원 등으로 사회활동을 하며 남편과 함께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다. 남편이 옥중에 있을 때는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편지를 썼다. 김대통령도 이때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하는 답장을 쓰며 시련을 견뎠다. 이여사는 평소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복지문제에 관심을 갖겠다”고 말해 왔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성 아동 노인 복지 등 ‘그늘진 곳’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대통령 당선후에는 주변 사람들이 감히 꺼내지 못하는 세상얘기를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청와대 내의 야당’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사회운동가와 야당총재의 아내를 거쳐 이제 ‘퍼스트 레이디’로서 새 삶을 시작한 그녀가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관심이다. 〈송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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