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좌담회]『기업경쟁력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

  • 입력 1998년 2월 1일 20시 12분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는 정보화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가. 또 정보화는 새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동아일보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 국가정보화 과제와 정보화를 통한 IMF시대의 활로 찾기 방안을 모색해본다.》 ◇참석자 김범수 김영환<국민회의 의원> 김효석<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이용태<정보산업연합회장·사회> ▼이용태회장〓새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도 전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에 대처하느라 애를 먹고 있습니다. IMF위기를 푸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지만 ‘정보화’가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라고 지적되고 있습니다.왜 우리가 지금 정보화를 주장해야 하는지 먼저 말해보지요. ▼김범수사장〓IMF 구제금융사태에 이른 원인도 정보화 부족에서 찾을 수 있어요. 외자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DB)가 있어서 장단기별 자본의 특성을 분석했더라면 이런 사태를 미리 막았을 겁니다. 정부가 국제신용평가기관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주지 못해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지요. 국가 흥망에 관련된 통계자료를 갖추지 못한 것은 정보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증거지요. ▼김효석교수〓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는 정보화에 6억달러를 투자해 10억달러가 넘는 절감효과를 보았습니다. 정보화에 앞장서 경쟁사보다 3배나 많은 매출을 올린 것이지요. 국내에서는 무역정보시스템에 96년까지 7백억원을 투자한 결과 2000년까지 2조3천억원의 비용절감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무역업무의 처리기간도 4주에서 1주로 단축됐습니다. ▼김영환의원〓정보화로 인해 정치권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고비용 선거후유증 과열집회 등이 문제로 제기됐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런 문제를 말끔하게 해소했습니다. TV토론회와 여론조사가 선거운동의 전부였지요. PC통신과 인터넷으로 후보들이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전달, 전자민주주의가 실현된 것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변화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최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국민과의 TV대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국민과 정치지도자간의 정보유통이 원활해지면 민주주의가 한단계 발전할 것입니다. ▼이용태〓요즘은 정책결정을 한 후 인터넷으로 곧바로 여론을 수렴할 수 있습니다.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즉각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미국에는 아마존이란 인터넷 서점이 있습니다. 이 인터넷 책방에서 파는 책은 2백50만종이나 됩니다.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사흘안에 책이 배달됩니다. 그런데 이 책방은 실제의 가게가 한군데도 없어요. 정보화가 서점의 모습을 바꿔놓은 사례입니다. ▼김효석〓달러화 부족이 해결되고 정리해고가 시행된다고 기업 경쟁력이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개방경제체제에서 기업경쟁력은 사람을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일하는 방식이 세계 일류 기업들과 대등해야 합니다. 국내 기업이 경영혁신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합니다. 경영혁신의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이 있습니다. ▼김범수〓우리나라 기업의 병폐는 ‘매출 우선주의’입니다. 매출을 많이 올린 기업이 사회적으로 평가받습니다. 외국기업들은 매출보다 수익을 중요시합니다.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유동성 위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김영환〓IMF위기는 경쟁력을 잃은 국가와 기업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세계 경제전쟁에서 밀린 것이지요. 과거에 경제가 좋았을 때 왜 경쟁력과 생산성을 갖추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퇴각하는 시점에서 내일을 위한 싹을 심어야 하니까 더 힘든 게 아닙니까. ▼김효석〓왜 정보화가 제대로 안됐을까요. 기업들이 필요성을 알면서도 내부 조직을 바꾸지 못한 것은 이해관계 때문입니다. 정보화의 총론에는 찬성하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반대합니다. IMF사태로 이런 거부 저항세력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지금 정보화를 하지 않으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칩니다. ▼이용태〓삼보컴퓨터는 농협과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직거래합니다.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농산물 메뉴가 있습니다. 직원들은 농산물을 싸게 구입해서 좋고 농민들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아서 좋습니다. 정보화가 전통적인 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밀어내고 정보통신산업만 일으킨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전통적인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정보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김영환〓IMF가 정보화의 좋은 기회라고 말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도 예산을 줄이고 기업 투자도 감소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화 투자를 어떻게 늘릴 수 있겠습니까. 비효율적인 투자를 줄이고 중복 과잉투자를 없애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보화의 우선순위와 완급에 대단히 정교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전략적인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지요. ▼김범수〓벌써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지난 한달간 우리 회사의 고객 기업들이 30% 이상 정보화 투자를 줄였습니다. 시스템유지를 하는 고객도 비용을 30% 줄여달라고 요구합니다. ▼김효석〓지금 고민할 것은 ‘어떻게 정보화 투자를 늘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산성 경쟁력과 직결되게 하느냐’입니다. 미국도 정보화 투자에 1조원이 잘못 투자되었다고 합니다. 전체 투자액의 3분의 1이 엉뚱하게 쓰인 거지요. 아마 기업에서 실패한 사례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겁니다. ▼김영환〓국내 정보통신 사업자 선정이라든지 시장경쟁 도입에서 모범적인 예를 찾기 힘들어요. 투자가 적었기 때문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 거지요. 시티폰사업은 기업과 국민에게 부담만 준 것 아닙니까. 개인휴대통신(PCS)도 그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효석〓같은 예산도 잘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에서 직접 하지 말고 시스템통합(SI)업체에 주면 더 효율적인 정보화를 할 수 있습니다. ▼김범수〓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정부의 저가입찰도 문제입니다. 건설공사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저가입찰만 고집하니 일단 프로젝트를 딸 목적에서 대부분 덤핑으로 낙찰받습니다. 그 가격으로는 프로젝트를 못하니까 우물쭈물하거나 때로는 관리들과 결탁해 예산을 더 따냅니다. 그래서 흉내만 낸 시스템이 많습니다. ▼이용태〓새 정부에 건의할 것을 얘기해보지요. ▼김효석〓IMF위기 때문에 21세기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할 우려가 있어요. 차기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정보화를 모든 국가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앨 고어부통령이 서방선진7개국(G7) 회의에서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정책의 핵심요소’라고 설파했듯이 정보화를 국정의 우선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또 선언에 그치지 않게 추진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정보화 추진체계의 핵심은 백악관 예산처장입니다. 국가정보화는 대통령의 의지가 없으면 안됩니다. 청와대에 국가정보화추진계획단을 만들든지, 대통령 정보담당특보를 두든지 해서 대통령이 직접 정보화를 챙겨야 합니다. ▼이용태〓작은 정부를 만들려고 하는데 새로 늘리는 것은 무리라고 대개 생각합니다. 그러나 늘리는 것도 있어야 합니다. 미국도 작은 정부를 추진할 때 많은 인력을 감축했지만 정보화 부문은 오히려 늘렸습니다. ▼김범수〓정보화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아웃소싱해야 합니다. 영국 국세청의 예를 들어볼까요. 전산조직이 2천명이나 됐어요. 미국 EDS가 들어가 청사진을 내놓자 국세청의 전산업무와 조직이 EDS로 넘어갔죠. 지금은 1천명 정도로 잘 하고 있고 정부도 비용이 적게 들어 만족해 합니다. ▼김영환〓그동안 사생활침해, 정치탄압, 개인정보유출, 국가기관의 정보남용 등 정보화의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정보화는 ‘자유의 기술’이자 ‘독재의 기술’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정보화의 혜택을 받도록 정보 평등권을 지향해야 합니다. ▼이용태〓새 정부가 들어서고 장관이 임명되고 나면 과감한 구조조정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인수기간중 정보화에 대한 청사진을 세워 취임식 때 공표하는 것이 어떨까요. 몇가지 예를 들어보지요. 먼저 케이블TV망을 통해 2002년까지 모든 가정과 사무실에 초고속망을 이용한 인터넷을 사용하게 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나라 교육열을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초중고교에서 컴퓨터를 정규과목으로 정하고 컴퓨터자격증을 받아야 대학입시를 치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5년 이내에 ‘컴맹’이 없어질 겁니다. 셋째, 정보화를 추진하려면 소프트웨어가 절대 필요합니다. 벤처산업으로도 소프트웨어가 유망합니다. 소프트웨어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인천 송도 미디어밸리를 국가 프로젝트로 선정해야 합니다. ▼김효석〓정보화가 국민의 피부에 와 닿아야 합니다. 모든 국가정보를 국민이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PC만 주면 뭐합니까. 행정정보를 공개하고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용태〓IMF시대에는 실직과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정보화가 5년 이내에 40여만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김영환〓유럽연합이 발행한 그린페이퍼를 보면 21세기에는 모든 일자리의 3분의 1을 정보산업이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일본은 2010년까지 멀티미디어시장이 2백40만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정보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로 자동차 조선산업보다 앞섭니다. 또 전체 제조업 생산의 16%를 차지하고 부가가치율이 48%로 다른 산업에 비해 높습니다. ▼김범수〓벤처산업 육성이 절실합니다. 특히 소프트웨어산업은 지식산업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부(國富)를 이룰 기본입니다. 수출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이용태〓정보산업 특히 소프트웨어가 앞으로 고용창출 효과를 내겠지만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첫째, 집적의 효과를 보아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소프트웨어도 시장이 있어야 성장합니다. 케이블TV망을 초고속망으로 이용하면 수백만 케이블TV 가입자가 소프트웨어 소비자가 됩니다. ▼김효석〓거스너 IBM회장은 과자 공장의 경영자를 지내다가 IBM에 발탁됐지만 죽어가는 IBM을 살려냈습니다. 정보화는 기술적인 내용을 안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정보화도 대통령이 정보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전문가들이 해낼 수 있습니다. ▼이용태〓우리는 과거의 쓰레기를 치우는 대통령이 아니라 미래의 새벽종을 울리는 ‘정보화 대통령’을 기대합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정리〓김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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