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때 佛입양 장 뤽 파라예,18년만에 한국 방문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그의 이름은 장 뤽 파라예(23·파리 상트에티엔 국립공학원). 말도 생각도 완전한 프랑스인이지만 핏줄은 엄연히 한국인이다. 다섯살이던 지난 79년 프랑스로 입양된 그는 대우고등기술연구원에서 기술 연수를 받기 위해 지난 6월 한국에 왔다. 한국을 떠난 지 18년만이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국」은 완전히 잊혀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지금 와 보니 그런 게 아니더군요. 내 과거에 대한 궁금증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얼마 있다 그는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했다. 먼지 쌓인 기록들을 온종일 뒤진 끝에 결국 자신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 기록에 저는 지난 77년 4월5일 경남 마산에서 발견됐더군요. 그 때 세 살이었고요. 입양되기 전까지 2년 동안 부산에 있는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성은 모르고 이름은 「정수」였답니다』 막상 과거를 찾기는 했지만 덤덤했다. 막연한 원망 때문일까. 자신이 친부모로부터 버려진 것인지 확인하는 것도 두려웠다. 『한국은 제겐 아직 「컵에 담긴 물」 같아요. 저 자신은 물 위에 떠 있는 얼음이고요. 서로 본질은 같지만 아직 완전히 섞이지는 않은 것이지요. 얼음이 녹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까요』 낯선 땅 프랑스에서 그는 중소기업 매니저인 부친과 보석상을 경영하는 모친 사이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밑의 두 동생도 모두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다. 프랑스에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지냈으나 이렇게 한국인 아이들이 먼 나라로 입양돼 갔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이었다. 『1년 뒤 대학을 졸업하면 이곳에서 직장을 갖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이곳에서 다시 살게 된다면 그 때쯤 제 마음에 맺힌 응어리도 풀리겠지요』 그는 연수가 끝나는 다음달말 프랑스로 돌아간다. 〈용인〓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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