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Z세대 반정부 시위’ 이후 치러진 최근 총선에서 중도 국민독립당(RSP)이 압승하면서 래퍼 출신의 발렌드라 샤 전 카트만두 시장(36·사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RSP의 총리 후보인 샤 전 시장은 네팔 동부의 한 지역구에서 경쟁자인 샤르마 올리 전 총리를 큰 격차로 따돌려 차기 총리가 될 것이 확실시됩니다.
그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 RSP는 9일(현지 시간) 지역구 165석 중 124석을 얻었고 비례대표 110석 중 58석을 확보했습니다. 그동안 60, 70대가 주로 맡았던 네팔 총리에 30대의 래퍼 출신이 오르면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됩니다.
1990년 수도 카트만두에서 전통의학 치료사의 아들로 태어난 샤는 어릴 때부터 시를 쓰는 데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는 네팔과 인도 대학에서 토목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미국 유명 래퍼들의 영향을 받아 랩에 푹 빠졌습니다. 결국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서 활동하며 지배층의 부패와 불평등을 랩으로 비판했습니다. 대표곡 중 하나인 ‘발리단’(희생)에서 그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랩을 하는데요, 유튜브에서 1280여만 회나 조회됐습니다.
그는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청년들과 소통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카트만두 시장 선거에 출마해 청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습니다. 시장을 맡은 그는 카트만두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쓰레기 처리와 교통 관리, 의료 서비스 등 도시 인프라 확충과 민생 문제에 집중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네팔 정부는 지난해 9월 온라인에서 고위층 자녀의 사치와 특권의식을 조롱하는 게시물이 인기를 끌자 SNS를 전면 차단했습니다. 이에 반발해 Z세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고 당국은 실탄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습니다. 이후 민심이 분노하면서 의회 건물이 불탔고 정부 고위 각료들이 시위대에 구타를 당하는 등 혼란이 지속됐습니다. 70여 명이 숨지면서 당시 총리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2008년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들어선 네팔은 여전히 부패가 많고 빈부 격차가 큽니다. 샤가 걸어야 할 길도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랩에서 읊조린 대로 초심을 잃지 않고 ‘진실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총리로 기록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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