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유종]전 세계는 과학인재 확보전 이공계大 연구역량 강화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9일 23시 15분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지난해 공개한 과학 분야 국가별 연구 순위(리서치 리더스)에서 한국이 8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고 이어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순이었다. 한국은 2021년 스위스를 넘은 뒤 4년째 8위를 지키고 있다. 네이처는 한국에 대해 인구 감소, 투자 효율성 저하 등을 거론하면서도 “과학에 대한 강한 투자와 기술 혁신에 대한 명성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그런대로 잘 유지하고 있지만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 뒤처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저출생 여파로 국내 학령인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2040년쯤엔 이공계 대학원생이 현재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사 인력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는 연구 중심 대학도 20개 정도로 줄어든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 대기업 취업 선호 등으로 이공계 대학원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오랜 기간 의대 열풍이 불며 많은 과학 영재들이 돈 잘 버는 미용의료 전문가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더 이상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하지 않는다.

한국은 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수출해야 먹고살 수 있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학인재 양성의 요람인 이공계 대학원이 흔들리면 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2차전지, 신금속소재, 차세대세라믹소재, 첨단화학소재, 하이테크섬유소재 등 5개 유망 신사업에서만 석박사 출신 573명이 부족했다. 2032년에는 5개 산업에서 석박사 출신만 1만685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다면 국내 이공계 대학원들은 저출생과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미래를 잘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학령인구가 줄어 석박사 학생을 현재와 같은 규모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학교 사정에 따라 석사 중심 대학원은 실무자와 현장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 중심 대학원은 박사를 키워 분야별로 특화하고 해외 주요 대학들과 경쟁해야 한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컴퓨팅 등은 최고 수준을 유지해야 승부할 수 있어 창의적 인재가 매우 중요하다.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경쟁해서 각종 연구비를 받는 현행 방식도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 경쟁 방식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다만 대학원 연구가 사회적 수요보다는 연구비 수주에 유리한 분야에 몰리고 학생들이 대학원에서 배운 내용이 산업계에서 전혀 필요가 없을 때도 많다. 연구개발(R&D) 예산 자체가 학술적 역량 강화에 무게를 둘 때가 많아 산학협력을 강조하는 연구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서울대, 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들의 R&D 예산은 하버드대, 칭화대 등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정부는 ‘과학기술계 카르텔’을 청산한다며 과학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도 했다. 지난해 네이처가 선정한 과학 분야 상위 10개 대학에 8개 중국 대학이 포함됐다. 2016년에는 베이징대만이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8위’ 성적표는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일본이 더 내려갈 수 있고 인도가 한국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정부와 과학계의 협력과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과학 연구#이공계 대학원#인재 양성#기술 혁신#글로벌 경쟁#R&D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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