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의 특별함을 다시금 느끼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나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축구선수 호나우두(49)와 그의 가족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내가 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게 된 것이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였던 호나우두가 이번에 방한한 이유는 조금 특별했다. 공식 행사 참석이나 초청이 아닌,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한국을 택한 것이다. 그가 개인적인 시간을 내 이곳을 찾았다는 사실은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곳이 되었는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한일 월드컵이 있던 2002년은 한국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겠지만, 내게는 더더욱 각별한 해였다. 12시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이던 나는 호나우두의 모든 경기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봤다. 그는 내게 있어 영웅 그 자체였다. 그리고 약 20년이 지난 지금, 그 영웅이 한국에 와서 나와 함께 서울을 거닐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의 가족에게 이 나라를 소개하는 것은 내게 마치 소중한 손님을 집에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경복궁 방문은 그 일정의 시작이었다. 그날은 마침 경복궁의 맑은 겨울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햇살 속에 빛나는 궁궐의 모습은 그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호나우두는 궁궐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에 걸쳐 재건된 과정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동안 손상된 건물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이다. 한국인의 끈기와 노력, 그리고 역사에 대한 존중이 궁궐의 구석구석에 깃들어 있어 선수 시절 수많은 역경을 극복했던 그에게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북촌 한옥마을도 방문했다. 대도시에 이처럼 전통한옥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듯했다. 나 역시 북촌에 살던 시절, 한옥 골목을 최대한 많이 지나기 위해 일부러 길을 돌아가곤 했다. 불현듯 과거에 함께 일했던 주한 브라질대사가 떠올랐다. 대사는 관광객에게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숨겨진 진주,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의 말처럼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숨겨진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꼈다.
한국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은 바로 음식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 요리들은 그들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하는 맛은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었다. 뜨끈한 만둣국, 얼큰한 국수, 그리고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옥수수 핫도그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봤다.
서울을 둘러본 후 우리는 강원도로 향해 스키를 즐겼다. 겨울의 강원도는 호나우두 가족에게 또 다른 세상을 선물해줬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씨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스키를 타며 설경을 즐기는 동안, 한국의 아름다운 설경과 만났던 모든 사람의 친절함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호나우두는 헌신적인 스키장 직원들과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에도 감명을 받았다. 그날 밤, 숙소에서 창문 밖으로 바라본 한국의 멋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나 역시 이곳에서 스스로를 재발견했다. 브라질에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던 나는 한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주했다. 텔레비전 출연, 강연, 그리고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나를 표현하는 일들까지, 상상도 못 했던 경험들이 이곳에서 가능해졌다. 한국은 나에게 꿈을 이루는 땅이 됐고,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소가 됐다.
물론 한국에서의 삶이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에게 한국은 언제나 기회의 땅이 되어줬다. 덕분에 나는 내 유년 시절을 빛나게 해준 영웅과 그의 가족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특별한 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멀리 브라질에서 왔지만 한국은 나에게 만남과 가능성의 땅이 됐다. 이곳에서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고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한국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에 감탄하게 된다. 호나우두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손을 흔들며 한 마지막 인사가 떠오른다. “다시 만나요, 곧 만나요.” 앞으로도 한국이 세계 곳곳에서 온 이들에게 꿈과 영감을 선사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땅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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