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오는 회색 코뿔소와 저출산 위기[내가 만난 名문장/양성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1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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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해 오는 코뿔소를 피할 방도를 생각해 내야 하는 상황은 수많은 리더들이 코앞에 닥친 위기에서 벗어날 방도를 찾는 것과 흡사하다. 비뚤어진 유인책과 의도적인 낙관이 결합하면 위기를 전면 부정하고 싶은 충동이 증폭될 수 있다.’


―미셸 부커 ‘회색 코뿔소가 온다’ 중

미셸 부커의 ‘회색 코뿔소가 온다’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위험 요인을 구체화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여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혜안을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회색 코뿔소(Gray Rhino)란 예측 가능한 개연성이 높은 위기임에도 사람들이 이를 놓쳐 그 충격이 엄청난 위험으로 정의한다. 중량 2t의 거대한 코뿔소가 우리 쪽으로 돌진하는데 피하지 않는다면 닥칠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양성일 고려대 특임교수·전 보건복지부 제1차관
양성일 고려대 특임교수·전 보건복지부 제1차관
회색 코뿔소라는 미래의 위협을 알아차려야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위험을 너무 늦게 인지하고 대응해서 이미 소용이 없어져 버린 경우가 왕왕 있다. 일상에서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본능적으로 움츠리고 회피하며,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조직의 시스템을 그 이유로 언급한다. 반대로, 성난 코뿔소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멀찍이 떨어져 일찌감치 올바른 방법을 선택하면 그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완전히 다른 결과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뇌리를 스쳐 간다. “흑사병 창궐 이후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한국 인구가 더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고 외국 언론에 언급될 만큼 초저출산 현상은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소멸 위험이 큰 지방자치단체가 2022년 전국 시군구 중 113곳에 달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인구가 줄어들어 재정이 나빠지고, 서비스 인프라가 축소되어 삶의 질이 낮아져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달려오는 회색 코뿔소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단기간에 민관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마련하자. 또한, 출산 체감도가 높은 현금 지원을 대폭 늘려 국민 개개인의 의식 변화와 행동을 견인해야 한다.

양성일 고려대 특임교수·전 보건복지부 제1차관


#미셸 부커#회색 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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