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 ‘방탄’ 벗고 ‘쇄신’의 길 찾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2일 0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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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해임건의안도 사상 첫 통과… 꽉 막힌 정치의 현주소―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총투표소 295표,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총투표소 295표,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의결 정족수인 출석 과반(148석)을 1표 차로 넘겼다. 적어도 민주당 의원 30명가량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어제 본회의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찬성 175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한 결과다. 총리 해임건의안 통과 역시 사상 처음이다.

어제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 대표가 스스로 한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다수 의석을 무기로 자신의 안위를 보존하려다가 초래한 자업자득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는 석 달 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랬던 이 대표는 표결 전날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줘선 안 된다”며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사즉생(死則生)의 길을 걷겠다며 20일 넘게 단식을 이어 온 이 대표는 결국 자신의 구명에 급급하면서 생즉사(生則死)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이번 표결 결과는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대거 이탈에 따른 것으로, 2월 첫 번째 부결 때와도 대비된다. 찬성은 10명 늘고, 기권·무효는 10명 줄었다. 적잖은 중립 성향 의원들이 가결로 돌아선 것으로 ‘불확실한 이재명 체제론 더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지만 당장 민주당은 거센 내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내년 총선이 2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여부, 공천 주도권 등을 놓고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홍을 넘어 분당까지 치닫는 분열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비록 1표 차이지만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로 ‘방탄 정당’의 오명은 씻을 수 있게 됐다. 이제부터라도 과감한 쇄신과 개혁을 통해 진정 국민의 마음을 얻는 수권정당의 길을 걸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대표 스스로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호위에 기대려 하지 말고 어떤 선택이 당 전체를 위하는 길인지 자신의 거취를 깊이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을 포함해 하루에 헌정사 초유의 기록을 세 개나 남긴 어제 국회 본회의는 우리 정치가 얼마나 삭막한 대결의 현장이 됐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체포안 표결 결과가 검찰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보긴 이르다.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문제는 이제 법원의 몫으로 넘기고 국회는 방탄 대치의 혼돈에서 벗어나 민생 국회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여권부터 정치 복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총리해임안이 뜬금없긴 했어도 야당의 정치 공세 차원이라고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국회 해임 건의를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지만 적어도 그간의 국정 운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총리 해임건의안#사상 첫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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