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코로나때 결혼할걸”… 치솟는 웨딩물가[횡설수설/이진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1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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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가벼운 우울감인 ‘메리지 블루’를 겪기 마련이다. 익숙했던 일상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고 결혼 성수기를 맞은 요즘 커플들의 우울감은 더하다고 한다. 예식장부터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까지 왕창 오른 ‘웨딩플레이션’ 탓이다. “차라리 코로나 때 결혼할걸” 하고 후회하는 이들도 있다.

▷요즘 신랑 예복을 포함한 스드메 가격은 500만∼600만 원으로 코로나 전보다 2배로 뛰었다. 서울 강남권 호텔에서 하객 300명을 초대해 결혼할 경우 5600만 원이 넘게 든다. 1년도 되지 않아 30%가 오른 것이다. 하루 이틀 망설이는 사이에도 값이 올라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매년 신혼부부 1000명을 설문조사해 발표하는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커플이 신혼집, 혼수, 예식, 신혼여행 등 결혼에 쓴 총비용은 평균 3억3050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결혼 시장은 원래 반복 구매가 없어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여기에 코로나로 미뤄둔 결혼 수요는 급증한 반면 코로나 불황을 못 견디고 상당수 업체가 폐업하는 바람에 공급 자체가 줄면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돼 버렸다. 수천만 원짜리 ‘마통’으로도 감당이 어려운 예비부부들은 다른 커플들과 같은 날 웨딩 촬영을 해 할인받거나, 관련 업체 후기를 소셜미디어에 부지런히 써 올려 적립한 마일리지를 현금화하고 있다. 하객들의 부담도 커져 축의금만 내면 5만∼10만 원, 식사를 할 경우 10만∼20만 원을 내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도 웨딩플레이션이 덮쳤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올해 결혼식 평균 비용은 2만9000달러(약 3800만 원)로 코로나 이전보다 17% 올랐다. 다들 예식 규모를 줄이느라 평균 하객 수가 2019년 131명에서 2021년엔 105명으로 줄었다. 청첩장을 돌렸다가 취소하고 줌으로 결혼식을 중계하거나, 값이 싸고 하객 수도 줄일 수 있는 주중이나 일요일 아침에 식을 올리고, 생화 대신 조화를 쓰며, 중고 마켓에서 결혼용품을 고르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결혼비용 절감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여름과 겨울 같은 비수기를 노린다. 웨딩플래너 대신 스스로 손품 발품을 팔아 계획을 짠다. 하객 수 오차를 최소화한다. 웨딩 촬영이나 신혼여행 등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에 집중하되 나머지는 과감히 줄인다. 마지막으로 결혼을 미루지 않는다. 내년이면 웨딩플레이션이 더 심해져 “차라리 작년에 할걸” 하고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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