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한상준]여야의 ‘퇴행 경쟁’, 갈 곳 잃은 중도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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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한상준 정치부 차장
1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37%,더불어민주당이 31%다.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도 지지율 4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건 중도층이 셋 모두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 성향의 응답자 중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42%에 달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중도층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건 거대 양당의 한심한 모습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특징을 정리하면 ‘쳐내기 전대’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중심이 돼 김기현 후보를 제외한 다른 당권 도전자들을 하나씩 쳐내고 있다. “친윤(친윤석열)만 남고 다 나가라”는 식이다. 친윤 핵심 인사들에 초선 의원까지 가세해 나경원 전 의원을 결국 주저앉혔고, 이어 안철수 후보에게도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여기에 대통령실까지 뛰어들었다. ‘나경원 사태’ 당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입장문을 내고 친윤의 공세에 가세했다. ‘안철수 때리기’ 국면에선 공무원으로 당적(黨籍)이 없는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며 공개 경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례 없는 장면이 펼쳐지는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4일 민주당은 6년여 만에 장외집회를 열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의 말대로 “장외투쟁은 소수당이 국회 내에서 문제 해결 방법이 전혀 없을 때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169석의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원내 제1당이다. 대선 패배로 행정부는 내줬지만, 입법 권력은 여전히 민주당의 몫이다.

민주당은 이번 장외투쟁의 명칭을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 국민보고대회’라고 정했다. 이를 두고 한 야당 의원은 “진짜 민생파탄이 문제라면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하면 될 일인데…”라고 했다. 실제로 헌정사 최초의 국무위원 탄핵이 보여준 것처럼 여당의 극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결심만 하면 국회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다.

결국 민주당이 국회 밖으로 나간 진짜 이유는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 벌어진 문제들이다. 검찰의 수사가 이 대표가 제1야당의 수장이 된 뒤 시작된 것도 아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도 “이 대표 개인의 문제와 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모습에 중도 무당층은 계속 늘고 있다. 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의 34%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이 응답은 지난주 42%까지 올라갔다.

그간 선거에서 중도층 유권자들은 현재에 안주하는 정당에 표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여야는 안주도, 변화도 아닌 퇴행을 선보이고 있다. 과연 누가 먼저 이 ‘퇴행 경쟁’을 끝내느냐에 내년 총선의 승패가 달려 있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여야#퇴행 경쟁#중도층#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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