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승헌]尹, 1주일 뒤 한미정상회담부터 올인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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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역대 가장 빠른 한미정상회담
의제는 물론 넥타이 매듭까지 점검해야

이승헌 부국장
이승헌 부국장
취임사로 미루어볼 때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선 6·1지방선거, 검수완박, 내각 인선 파행 등을 주로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안들은 윤 대통령이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오히려 다음 주 토요일 열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윤 대통령에겐 발등의 불이다.

통상 한국 대통령은 취임 후 한미동맹 차원에서 외교 행사 중 한미정상회담을 가장 먼저 해왔지만 이번 회담은 취임 직후 열린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취임 후 54일 만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51일 만에 미국 정상과 만났다. 이것도 빠른 편이었으니 이번 한미정상회담 시기를 놓고 준비가 충분하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은 별다른 외교 경험이 없다. 그만큼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그에게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적인 요소가 있다.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이번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의 글로벌 데뷔 무대다. 바이든이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잠시 갖는 상견례 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한미동맹 특성상 복도에서 잠시 만나는 ‘풀 어사이드 미팅’도 사실상의 회담으로 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해부터 워싱턴에선 미중 반도체 전쟁, 공급망 이슈,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등을 놓고 새 정부의 스탠스를 주시해왔다. 윤 대통령이 회담에서 내놓을 한마디 한마디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분석팀에 보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이 북핵 정책이나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 등을 놓고 한미 관계가 삐걱거린 것을 바로잡겠다면 워싱턴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회담만 한 기회도 없다.

둘째, 윤석열이라는 정치인 개인이 동맹국 정상에게 드러나는 자리다. 외교부와 국가안보실이 실무적인 준비는 하겠지만 외교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정상 간의 케미스트리가 의외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허물없이 주변 사람들과 호형호제하는 윤 대통령과 농담 좋아하고 사교적인 바이든 간에 통하는 대목이 있을 수 있다.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윤석열만의 메시지가 어떻게 발신될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선 MB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자주 거론한다. 2008년 4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 선물로 전통 공예품을 들고 가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MB는 부시 부부가 아꼈던 반려견을 위한 선물을 전용기에 실어갔다. 그게 계기가 됐는지 부시와 MB는 퇴임 후에도 종종 만났다.

정상외교에 걸맞은 긴장감 있는 애티튜드도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종종 했던 ‘쩍벌’이나 취임식장에서도 보여줬던 다소 헐렁한 넥타이 매듭은 피하는 게 좋겠다는 말들이 외교가에선 적지 않다.

셋째, 대통령 집무실과 연회 공간이 바뀐 후 갖는 첫 번째 정상회담이다. 백악관이 해외 순방 때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로지스틱스(logistics)’, 즉 세부적인 일정 계획이다. 미국도 그동안 청와대를 기반으로 방한 일정을 짜온 만큼 처음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자칫 의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도 그렇지만 백악관은 해외 순방 중 경호상 티끌만 한 리스크나 오류가 발생해도 종종 계획 자체를 틀어버린다.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은 정부의 외교 역량과 대통령의 개인기가 더해져 새 집권세력의 실력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이벤트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이 관문을 어떻게 넘을지 국내외 많은 눈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승헌 부국장 ddr@donga.com
#윤석열#한미정상회담#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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