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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재정 효율과 성장 동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동아시론/이인호]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2-03-26 03:00업데이트 2022-03-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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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삶 풍족하게 만드느냐가 중요 문제
재정 화수분 아냐, 편익 따져 선별 지원해야
지원책보다 공정경쟁 보장이 성장 이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제 40여 일 후면 새 정부가 출발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매우 치열한 대통령 후보들 간 경쟁이 있었다.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새로운 정부의 역할도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특히 새 정부가 경제적으로 국민의 삶을 얼마나 풍족하게 만드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출발점에 선 새 정부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엄중하다고 보인다. 지난 2년여의 방역 조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했고, 특히 길거리 경기는 아직도 회복이 안 되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치 환경의 변화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하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한데 물가 상승 압력은 통화당국에 긴축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은 단기적 과제와 중장기적 과제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면서 방역 조치로 인한 경기 위축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속해서 약화되어 가는 성장 동력을 되찾아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동안의 방역 조치로 인해 손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다. 이미 당선인이 밝혔듯이 국가의 재산권 제한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과 지원은 선별적으로 피해에 비례해서, 그리고 실제적인 도움이 되기에 충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는 경기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식의 인기몰이는 안 된다. 이미 여러 번 시행된 재난 지원금 지급은 시중에 막대한 양의 유동성을 공급해 물가 상승 압력을 강하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은 국가의 재정 지출로 충당된다. 그런데 국가의 재정은 끝없는 화수분이 아니다. 물론 방역 조치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 일회성 확장 정책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계산’이 필요하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도와주는 것을 결정할 때 그들이 다시 살아나 경기 회복에 기여하고, 많은 매출을 올려 세금을 내서 소요된 재정 지출을 되갚는 식의 선순환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도울 때 확실히 돕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경제에서 특수한 지위를 갖고 있다. 정부는 돈을 마음대로 찍어서 산업 지원 등 국가 경제를 위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부는 매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주체가 아니므로 정부가 쓰는 돈은 미래에라도 결국은 민간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돼야 한다. 재정 지원을 받은 기업이 나중에 충분한 수익을 올려 지원을 보상할 수 없다면, 그런 지원은 일반 국민을 희생시켜 특정 기업을 돕는 공정하지 못한 행위가 된다. 따라서 정부가 재정을 사용해 경제를 부양할 때는 반드시 그로 인한 비용과 편익 분석이 필요하고, 그 결과 남는 것이 있는 경우에만 지출하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회복시키는 일은 좀 더 어렵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망한 업종을 골라 지원을 하고 성공을 바라는 식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새 정부의 임기 중인 5년 안에 잠재 성장률을 2%에서 4%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거대한 추세의 이면에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원인까지 있음을 인식하고 구조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과 고용 시장 등에서 관찰되는 불공정한 기회 남용은 목격되는 모든 경제적 불평등을 부정의 결과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성공적인 기업을 적대시하는 사회 분위기조차 만들어 냈다. 여러 이해 집단은 다른 집단이 만들어 낸 부를 빼앗아 오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보다 중요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치권은 이런 다툼을 부추겨 권력을 차지하려 한다. 이런 병리적 사회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정하고 엄정한 법질서 회복이 필요하다.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혁신을 주도하고 가치를 만드는 민간 부문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고 그 결과에 대한 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시장의 규율을 정해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도록 보장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재정을 사용해 산업 지원 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시장 상황을 기업이 더 잘 알고 있으므로 비효율적이고, 더욱이 기업들이 혁신보다는 정부의 마음에 들기 위한 노력을 더 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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