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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새 정부, 원자력 정책부터 바로잡으라[동아시론/심형진]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입력 2022-03-12 03:00업데이트 2022-03-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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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진영논리에 국내 원전 답보하는 사이
경쟁국은 소형모듈원전 등 차세대 시장 선점
미래 세대 위해 ‘탈원전 5년’ 되돌려야 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원자력계에는 참으로 가혹한 5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한 달 후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의 퇴역식에서 원자력 종사자들을 앞에 두고 탈원전을 선포하는 비정함을 보이며 독선의 서막을 올렸다. 이어진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공론조사 주제에서 벗어난 원전 확대·축소를 묻는 꼼수로, 시민참여단의 59.5%가 건설 재개를 선택했음에도 원전 축소를 권고하며 탈원전 정책을 지원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했던가. 전국 13개 대학의 원자력 전공생들은 1년 가까이 주말마다 ‘원자력 살리기’ 거리 서명운동을 펼치며 탈원전 정책의 부당함을 외쳤고, 경남 창원의 원전 부품업체 사장은 원전 산업생태계를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였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한국 원전이 세계 최고”라며 이율배반적인 원전 수출만 되뇌다 다시없을 수출 기회를 다 놓쳤다. 대폭 줄어든 원전 이용률과 재생에너지 보조금 급증에 5년간 한국전력의 부채는 34조 원이 늘었다. 이 정부 임기 말 현실성 없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원칙 없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발표로 미래 에너지 정책에까지 탈원전이란 대못을 박았다.

이제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5년간 진영의 논리가 상식과 과학의 합리성을 짓눌렀던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무너진 원전 산업생태계의 복원이 급선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미 7000억 원가량 투자된 채 중단된 신한울 3, 4호기의 건설 재개다. 원전 발주를 통해 원자력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1차 공급사들과 함께 사실상 폐업 상태에 있는 2차 이상 원전 공급업체들을 하루빨리 소생시켜야 한다.

다음으로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20개월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16년에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는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의견 수렴에만 시간을 보냈고, 작년 말 2차 기본계획을 내놨지만 법제화 및 이행 숙제는 다음 정부로 넘기는 모양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기술과 재원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새 정부는 법제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불확실성을 걷어내 주길 기대한다.

지난 5년간 우리의 원전 기술경쟁력이 답보하는 사이 전 세계는 차세대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을 열고 있다. 우리도 늦게나마 획기적으로 강화된 안전성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완벽하게 보완해 줄 혁신형 SMR 설계에 나섰지만, 탈원전 정책에 의해 국내 실증사업은 불가하다는 논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새 정부에서는 혁신형 SMR의 국산화 개발과 함께 국내 실증사업을 지원함으로써 탄소중립시대의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한편 수출 신시장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원자력 생태계는 60여 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름대로 성숙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원자력 유관 기관들이 공공기관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까지도 비전문가와 탈핵 선동가를 원자력 유관 기관장 및 감사, 이사로 앉히며 원자력 없는 원자력 생태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새 정부는 원자력 비전문가의 낙하산 인사를 반드시 근절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원자력 유관 기관들은 원자력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의 문제도, 원자력 발전사가 사업성을 인정한 경우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을 신청하고 위원회는 해당 원전의 안전성을 독립적이고 엄정하게 심사해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면 될 일이다. 원전 운용 과정에 정치가 개입하니,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에 의한 조기 폐쇄 파문과 같은 사달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 미래 경쟁력이 기후위기 대응체제 구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독일 사례에 비춰 2050년까지 300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절박하게 묻고 신중하게 따져야 할 사안들이 편향된 인사들에 의해 무책임하게 결정됐다.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 및 신재생 에너지와 함께, 화석 에너지에 대한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극단적 선동가들이 나설 분야가 아니다. 새 정부에서는 과학, 공학, 환경,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원점에서부터 꼼꼼하게 재검토해 실현성 높은 기후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이후 변화하는 환경 조건과 국민 의견에 따라 지속적으로 갱신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원자력의 역할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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