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크라이나 최대 원전 공격한 푸틴, 제정신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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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2일 남동부 에네르호다르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을 포격해 원자로 중 하나에 불이 붙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원전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이다. 원자로는 공사 중이어서 가동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내부에 연료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자칫 폭발로 이어졌더라면 최악의 원전 참사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어떤 나라도 원전을 공격한 적은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으로 세계를 덮겠다고 위협했는데 이제 위협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러시아를 규탄했다. 자포리자 원전이 우크라이나 전력 생산량의 약 25%를 공급하는 원전이긴 하지만 그것을 빼앗겠다는 군사적 목적에 집착해 원전에 포격을 가하는 것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반(反)인륜 범죄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짓이었다.

자포리자 원전이 폭발한다면 1986년 체르노빌 사고 규모의 10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체르노빌 사고는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에 속했을 당시 체르노빌에서 운영하던 원자로 4기 중 하나가 두 차례 폭발을 일으켜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로 사고 당일 2명이 죽고 화재 진압 작업을 했던 소방관 중 28명이 3개월 내에 사망했다. 더 큰 피해는 방사능 노출로 인한 암 사망자로 나타났는데 그 수가 3만∼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행히 러시아의 포격에도 불구하고 원자로의 안전은 확보된 상태이며 아직 배후 지역의 방사능 수치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한때 자포리자 원전 주변 주민들은 러시아군의 원전 접근을 막기 위해 원전으로 향하는 도로를 발 디딜 틈 없이 점령하고 약 1km 두께의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었으나 격한 대립이 오히려 원전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해 물러났고 결국 러시아가 원전을 점령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을 둘러싼 무력 사용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원전을 볼모로 한 군사작전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우크라이나#푸틴#원전 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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