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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韓, CPTPP 가입땐 자원 공급망 확보… 日 등 회원국 설득이 관건”[인사이드&인사이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1-12-21 03:00업데이트 2021-12-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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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PTPP 가입 추진 공식화
美-中 사이 경제안보 증진 기회
‘日 주도하는 체제’ 껄끄럽고 中 반발 의식해 가입 미적
中 신청후 한국도 가입나서
회원국 가혹한 승인조건 예상… 일본은 거부권 행사 불보듯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년 국제통상 분야에서 세계 최대 사건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출범이었다. 단순히 세계 무역의 15%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동맹이 탄생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요소수 부족 사태에서 보다시피 전 세계는 필수 자원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핵심 과제가 돼 버렸다. CPTPP는 이런 과제를 푸는 데 가장 근접한 해답을 제공한다. 정부가 이렇게 중요한 CPTPP 가입 추진을 뒤늦게 이달 13일 공식화하며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 누적 원산지 규정, 회원국 제조품에 무관세 혜택
CPTPP는 현존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추구한다. 포괄적인 다자 규범 및 강화된 경제협력 조항은 물론이고 기업 친화적인 누적 원산지 규정을 두고 있다. 가입국들은 CPTPP를 통해 재료·가치·공정의 누적 원산지 규정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11개 회원국 내의 어디에서든 생산된 재료를 사용하여 제품을 수출하면 마치 자체 생산한 재료로 생산한 것처럼 본다. 가입국들은 회원국 내에서 창출한 부가가치와 제조 공정을 모두 자국 내에서 창출한 것처럼 계산하여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다.

회원국들은 재료·가치·공정을 공유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망과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이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품목을 개발할 수 있다. 기존 기업은 물론이고 스타트업 기업에는 창의적인 생산과 투자를 위한 새로운 기회인 ‘블루 오션’인 셈이다.

반면 정부가 그간 중점을 둬 발효시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재료’에 한해서만 누적 계산이 허용된다. 혜택은 제한적이고 자유화나 경제협력의 수준도 낮다.

결국 CPTPP가 장기적으로 수출 품목을 다양화하고 자원의 공급망과 제조기지를 공유하는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역내 통합을 이루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고 생산 방식의 역내 통합, 교역 증진, 사업비용 감축을 위해 노력하기로 돼 있다. 역내 공급망을 개발하고 강화해 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강구한다. 또 관련 경험과 모범사례를 공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 자원 공급망 확보, 경제안보 증진 기회

안보 측면에서 CPTPP의 이익도 막대하다. 초강대국들 사이에서 신보호주의의 제물이 될 위치에 있는 나라가 대미·대중 협상 레버리지를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CPTPP처럼 높은 수준의 통합체에 적극적으로 가입해 대외적 목소리를 키우는 일이다.

일본은 이 가치를 일찍이 알아보고 미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CPTPP로 살려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이 서비스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의 양보를 무릅쓰고 합류한 이유도 자원공급망 확보와 안보가치 증진을 위해서였다.

한국은 그동안 CPTPP를 간과하고 있다가 이제야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부 부처 간 협의 완료, 공청회 개최, 국회 보고 등을 통한 사회적 논의를 밟아 나가겠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 때리기’ 외교에 올인하다 보니 일본이 주도하는 체제에 가입하는 걸 방기해온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농산물 분야 추가 개방 부담을 피하려는 정치적 행보이기도 했다. CPTPP로 일본처럼 98% 수준의 개방을 이루려면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다.

가입 지연은 한국 정부의 ‘중국몽’ 협조 외교 성격도 있었다. TPP를 서방권의 중국 포위 전략으로 인식하는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우리가 굳이 건드리지 않으려 한 것이다. 이제 중국이 발상을 전환해 CPTPP에 가입 신청을 하자마자 한국 정부가 CPTPP 가입을 공식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젠 중국몽 외교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 늑장 가입에 일본 등 회원국들의 요구 많아질 듯
청와대가 국내 정치적 고려와 이념·외교적 요소를 장기적 통상 국익에 앞세우고 미적거리는 사이 세계는 급속하게 자원 확보 전쟁에 접어들었다. 국가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들을 미리미리 차질 없이 해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한국에 글로벌 통상안보 정책이 실종됐다. 이제 뒤늦게 손드는 한국 정부에 CPTPP 기존 회원국들은 차례차례 요구 조건들을 내걸 것이다. 중국마저 먼저 가입 의사를 표명했으니 한국의 추가 가입이 회원국들에 주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그러니 CPTPP 회원국들의 요구 조건은 많을 수밖에 없다. 기존 회원국 중 반대하는 나라가 없어야 신규 가입이 승인되는데, 일본은 특히 가혹한 조건을 내걸며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려 들 것이다.


정부가 진정성 있게 CPTPP 가입을 추진한다면 해야 할 일을 서둘러 해야 한다. 일본 측이 요구할 게 뻔한 강제징용 판결 집행 문제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를 둘러싼 갈등을 어떤 형태로든 해소해야 한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농수산물 수출 강국들엔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양허해준 이상의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허용해줘야 한다. 중국이 먼저 가입하면 중국이 우리에게 투자 및 기술이전 요구를 할 수 있다.

○ 다자 규제 대비하고 교역 다변화해야
정부가 국내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들도 있다. 비관세 장벽 부문에서 규제일관성(regulatory coherence), 국영 무역기업, 경쟁 등의 이슈에 대한 새로운 다자적 규율에 대비해야 한다. 이젠 정부가 국내 규제를 도입하려면 CPTPP 회원국들의 다자적인 감시하에 일관성과 효과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각종 공사나 협회 등 국가의 교역 규제 기능을 대신하는 국영 무역기업이 받는 직·간접적 혜택이 약 2억5000만 달러 이상이고, 상대국 교역에 피해를 주면 다자적 제재를 당하게 된다.

우리는 양자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멕시코와 CPTPP를 통해 새롭게 FTA 관계를 수립하는 효과를 얻는다. 정부는 우리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에 대비해야 한다. 대일 무역적자의 심화가 예상되므로 교역 다변화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일본의 비토권 행사를 뻔히 알면서도 최악의 시기에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건 CPTPP를 다른 형태의 일본 때리기 소재로 삼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가 CPTPP를 제대로 준비해 국제통상 분야의 실리외교 전통을 더는 훼손하지 말기 바란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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