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유니버설스튜디오’에 열광하는 중국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21-10-12 03:00수정 2021-10-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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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감정 최고조지만 입장객 만원
약자한테만 강한 ‘선택적 애국주의’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중국은 1일부터 7일까지 국경절 연휴였다. 춘제(春節·설날) 연휴와 더불어 중국에서 가장 긴 연휴다. 대부분 중국인들이 봄 춘제 때는 고향에 가지만, 가을 국경절 때는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놀러가는 사람이 많다. 워낙 많은 중국인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때문에 국경절 여행 흐름은 중국 전체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올해 국경절 여행 트렌드 중 하나는 베이징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환추잉청·環球影城)였다. ‘유니버설스튜디오 베이징’은 미국 영화제작사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만든 초대형 테마파크다. 지난달 20일 아시아에서 세 번째,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문을 열었다. 입장권은 지난달 14일부터 예매를 시작했는데 개장일 입장권이 1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국경절 연휴 때도 표를 구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많은 중국인들 스스로 “이제 베이징의 관광 명소에 자금성과 톈안먼(天安門)광장, 만리장성 외에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추가됐다”고 말할 정도다. 베이징 유니버설스튜디오는 한마디로 ‘베이징에 들어선 작은 미국’이다. 해리포터, 트랜스포머, 쥐라기공원, 미니언즈, 워터월드 등 할리우드 테마가 즐비하다. 중국풍인 쿵푸팬더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 미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유니버설스튜디오 개장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치솟는 반미 정서와 애국주의 때문에 흥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중국을 비판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전랑(戰狼·늑대 전사)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었기 때문이다.

최근 호주가 대표적이다. 호주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며 앞장서서 국제 사회에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그 뒤 중국의 ‘전랑’들은 여지없이 호주를 괴롭혔다. 호주 기자들이 여러 명 추방됐고,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수입도 사실상 금지됐다. 중국은 전력난까지 감수하면서도 호주산 석탄 수입을 막고 있다. 호주가 사과하지 않는 한 중국과 호주 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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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분쟁이 있는 인도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사망자가 증가한 것을 조롱하는 사진을 중국 공산당 최고 권력 기구인 정치법률위원회(정법위)가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리며 국제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다는 이유로 사드 배치 결정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 영화와 드라마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 게임은 중국에서 판호(유통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 온 롯데는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중국에서 쫓겨났다.

이런 중국의 ‘전랑 애국주의’라면 유니버설스튜디오 앞은 매일 보이콧 시위가 이어져야 할 판이다. 현재 미국의 중국 억제 정책은 과거 한국이 사드를 배치했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심지어 사드는 중국 억제 정책도 아닌 북한 대응용이다.

하지만 중국의 애국주의는 약자에게만 더욱 강하고, 약자에게 달려들어 끝장을 보는 ‘선택적 전랑 애국주의’인 듯하다. 중국을 가장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서는 약해지고,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들에 대해서는 강하게 발동하고 있다. 냉혹한 세계 질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을 비판할 것만은 아니다. 다만 한국이 더 강해져야 하는 이유를 씁쓸하게 느낄 뿐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유니버설스튜디오#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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