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네 심정 이해해”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21-08-09 03:00수정 2021-08-0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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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군데 수정 흔적이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2009년 의회 연설 원고. 탁월한 연설력을 가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원고를 고쳐 쓰고 또 고쳐 쓰며 내용을 다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영방송 NPR 캡처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화상회의 도중 보좌진으로부터 살짝 메모지를 전달받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이 회의 중에 메모지를 전달받거나 메모지에 뭔가를 적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돼 화제가 되곤 합니다. 대통령의 메모지, 거기에는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Sir, there is something on your chin.”


메모지를 영어로 ‘노트카드(note card)’라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달 받은 노트카드에는 “대통령님, 턱에 뭔가 묻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노트카드를 읽은 대통령이 손으로 닦아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얼굴에 뭐 묻은 것만큼이나 창피한 상황이 또 있습니다. 이에 뭔가 끼었을 때죠. “There is something in(또는 between) your teeth”라고 하면 됩니다.

△“I hear you.”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기난사 사건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는 자리에 작은 노트카드를 손에 쥐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보좌진이 “가족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시라”고 미리 적어준 위로의 말 목록이었습니다. 카드 마지막 줄에 “I hear you”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의미는 “나는 너를 듣는다”가 아니라 “너의 기분이나 상황, 네가 방금 한 말을 십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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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large-heartedness, that concern and regard for the plight of others, is not a partisan feeling.”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노트카드의 도움이 없어도 주옥같은 말들을 쏟아내는 웅변가였습니다. 이런 연설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수십 번 원고를 고쳐 쓰는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 “너그러운 마음, 즉 다른 사람의 곤경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당파를 초월한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중간 부분인 ‘that concern and regard for the plight of others’는 원래 연설문 담당자가 작성한 초고에는 ‘that compassion(연민)’이라는 한 단어였는데 오바마 전 대통령이 수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훨씬 설득력 있고 아름다운 문장이 됐죠.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조 바이든#메모지#대통령의 메모지#노트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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