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임수]대통령은 봄이 온다는데, 경제 현장 곳곳은 찬바람

정임수 경제부 차장 입력 2021-04-06 03:00수정 2021-04-0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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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경제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페이스북에 “경기 반등의 시간이 다가왔다. 경제 회복이 앞당겨지고 봄이 빨라질 것”이라고 썼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도 “경제가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고 있다. 이 추세를 살려 경기 회복 시간표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도 수차례 언급해온 ‘경제 선방론’을 이어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를 할퀸 코로나19의 상처는 아물고 있다. 지난달 수출(538억3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16.6% 늘어 3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자동차·반도체 등 수출 주력 업종뿐 아니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중간재까지 모두 수출 반등에 성공했다.

5개월째 증가세인 수출 훈풍에 힘입어 산업활동도 개선되고 있다. 2월 산업생산은 8개월 만에 최대 폭(전월 대비 2.1%)으로 늘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9년 8개월 만에 가장 높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 3월 대부분 지표들이 우상향의 방향을 가리키며 회복해 희망의 깜빡이가 켜져 있는 모습”이라고 자평했다.

대통령과 부총리는 한껏 고무됐지만 경제 전문가들과 산업계에선 낙관할 때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많다. 수출과 달리 내수 회복세는 더디다. 2월 소비는 전달보다 오히려 0.8% 줄었고 기업 설비투자는 2.5%나 뒷걸음쳤다. 고용 한파도 여전하다. 2월 취업자는 47만 명 넘게 줄어 12개월째 감소했다. 업종, 자산, 계층에 따라 회복 속도가 벌어지는 ‘K자형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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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경기를 다시 얼어붙게 할 악재는 도처에 있다. 글로벌 자동차 공장들을 셧다운시킨 ‘반도체 대란’은 한국 기업을 덮쳤다.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한 현대차는 7∼14일 울산1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원자재 가격 급등도 수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코로나19 재확산 여부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인구 대비 접종률은 1.8%대로 세계 100위 밖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 코로나19 초기 방역에 성공했지만 백신 접종 속도가 느려 경제적 위험(economic pitfalls)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곳곳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지뢰밭인데 사령탑이 “희망의 싹”만 보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최근 경기지표 반등은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어려운 여건에서도 기업들이 분투한 덕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상공의 날(3월 31일) 기념식에 참석해 기업과의 ‘정례 협의’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이튿날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기업인들과 소통 협력을 재차 당부했다.

정부가 할 일은 안팎의 위험을 살피고, 기업을 옥죄는 규제 족쇄를 하나라도 더 풀어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동안 외면해온 기업에 화해 제스처를 보낸 게 선거를 앞둔 정치적 쇼에 그친다면 곤란하다. 이번 소통 협력 약속도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면 그나마 온기를 보이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
#대통령#경제#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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