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알려주는 ‘선거 비책’ 솔직, 배려, 소통, 그리고 공감[광화문에서/배수강]

배수강 신동아팀 차장 입력 2021-03-26 03:00수정 2021-03-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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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신동아팀 차장
선거가 늘 그렇지만, 재·보궐선거에서 여야가 건곤일척(乾坤一擲) 한판 승부를 벌이는 이유는 이번 선거가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지지층이 결집된 상태에서 표출된 민심은 내년 3월 대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승패에 따라 여야는 갈림길에 선다. 여당이 웃으면 지지율 반등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재정비 기회를 얻고, 반대의 경우 야당은 제3지대로의 재편에 대한 압박을 걷어내고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다.

당연히 네거티브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상대당 후보를 “MB(이명박 전 대통령) 황태자” “문재인 아바타”라고 상대를 낙인찍거나 자기 당에 독인지 득인지 모를 발언도 터져 나온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해 “윗물이 맑았는데 아랫물이 맑지 않다”고 하더니,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며 선거판으로 소환한다. LH 사태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국민, 성추행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불과 1년 전 참패한 야당은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을 총선 패배 주요인이라고 백서에 썼다. 공감 부족으로 청년·중도층을 끌어올 수 없었다는 반성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여야 선거 전략가들은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아 떠난 서복처럼 ‘선거 비책’을 수소문하기보다는 인터넷만 치면 쏟아지는 ‘윤여정 어록’을 열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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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74)은 요즘 누구 말마따나 ‘별의 순간’을 잡은 거 같다. 비단 그의 연기력 때문은 아니다. 70대 중반 할머니의 과거 발언은 청년층 사이에서 ‘탈꼰대 어록’으로 불리며 1만 회 넘게 리트윗됐다. 대화방마다 일독을 권하는 ‘아재’도 넘쳐난다. ‘윤여정 어록’은 솔직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하고 공감해준다. 훈계조의 ‘라떼는 말이야∼’는 찾아볼 수 없다.

“나는 작품을 고를 수 없는 생계형 배우”라거나 입버릇처럼 내뱉는 “어우, 내 정신 좀 봐! 증말∼”이라는 말에선 윤여정의 솔직함이 묻어난다. “젊은 사람들이 센스가 있으니 (얘기를) 들어야죠.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만큼 나이 먹었으니 이제 나도 꼰대죠. 그래도 내가 온전치 않은 사람인 걸 알거든요. 남의 말을 들어봐야죠”라는 대목에서는 젊은이들이 ‘윤며들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는 뜻)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그를 찬사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드라마 역시 주연, 조연, 단역 다 소중하고 필요하지. 인생이란 긴 과정에서 순서처럼 다 오는 것 같아”라는 말은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정치권 어법과 대조된다. 사람들은 ‘한국 할머니’ 어록에 열광하며 그에게 미나리 같은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공감은 결국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마음이고, 문명을 일으키고 발전시킨 요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과의 교감을 갈망한다. 청년·중도층 지지를 갈망하는 정치권에 ‘윤여정 어록’ 일독을 권하는 이유다.

배수강 신동아팀 차장 bsk@donga.com



#윤여정#선거 비책#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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