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중고교생, 정상 등교해도 문제없었다[오늘과 내일/박형준]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1-02-10 03:00수정 2021-02-1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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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미만 코로나19 사망자, 중증자 ‘0’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기본에 충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지난해 가을 아내가 일본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동네 농구클럽에 보내겠다고 했다. “매주 목 토 일요일에 모이고, 한 번 연습할 때마다 3시간 이상 운동한다”는 말을 듣고 고민 없이 “알겠다”고 답했다. 일주일도 안 돼 그만둘 게 분명할 테니.

그런데 예상외로 딸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녔다. 실내용 농구공을 사더니, 야외용 농구공까지 따로 구매했다. 마이클 조던이 신을 법한 농구화도 샀다. ‘아니, 애들을 농구선수 만들 것도 아니고….’ 한 달쯤 지났을 때 농구연습장에 직접 가봤다. 초등학교 강당에 모인 20여 명의 학생은 먼저 스트레칭부터 했다. 다음은 체력훈련. 한 발로 멀리뛰기 하듯 점프하고, 특정 지점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 손을 찍고 되돌아왔다. 마지막 40여 분은 팀을 나눠 실전 경기를 했다.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느끼고선 기자도 딸들의 농구클럽 활동을 적극 지지하게 됐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강당은 밀폐된 공간이고, 애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운동했다. 더구나 다른 선수의 숨을 코앞에서 느낄 정도로 밀착해 몸을 움직였다.

학부모로 구성된 운영진도 비슷한 걱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에서 휴교나 집합금지 요청이 없었다”며 농구클럽 활동을 계속 이어나갔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말 전국 초중고교에 임시 휴교를 요청해 5월 말에 끝냈다. 그 후로는 더 이상 휴교 요청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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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중고교는 지난해 5월 말 이후 완전히 정상화됐다. 등하교 시간이 코로나19 발생 전으로 되돌아갔다. 약 40일간인 여름방학을 지난해 절반으로 줄여 부족한 수업을 보충했다. 정기적으로 하던 운동회는 취소했지만, 그 대신 학생들은 ‘표현 발표회’라는 이름으로 운동장에서 집단체조를 했다. 학부모들이 모두 관람할 수 있었다.

정상 수업을 한 지 8개월 이상 지났지만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농구클럽도 마찬가지다. 학교와 학부모는 특별한 방역 대책을 세우기보다 기본에 충실했다. 농구클럽의 경우 강당 입장 전에 한 명씩 열을 체크했고, 손 소독을 했다. 운동하는 아이를 제외한 어른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했다. 어른들이 앉는 의자도 1m 이상 거리를 뒀다. 아이들이 등교하면 가장 먼저 담임선생님에게 발열 등 기록을 담은 건강 체크리스트를 제출한다. 잃어버리면 양호실로 가서 발열, 기침 등 검사를 하고서야 교실로 들어갈 수 있다. 마스크는 식사 때와 체육 시간에만 벗을 수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지난달 7일 두 번째 긴급사태를 발령하면서 “미래를 이끌어갈 아동들의 학습 기회를 지키고 싶다. 초중고교에 대한 휴교 요청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날 일본 전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566명으로 한국(869명)의 8배가 넘었다. 그런데도 일본 초중고교는 정상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스가 총리의 판단에는 통계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난달 20일 기준 일본의 누적 감염자는 약 34만 명. 그중 10세 미만은 8569명(2.5%), 20세 미만은 2만1566명(6.3%)에 그쳤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연령대 모두에서 사망자와 중증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 초중고교생 중 일부가 감염되긴 하지만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하는 중증 단계까지 간 이는 아무도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국은 ‘K방역’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학교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맞춰 등교하는 학생 수를 제한했다. 다만 초중고교생 정상 등교의 위험성은 의외로 크지 않을 수 있다. 일본 사례가 숫자로 증명하고 있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코로나19#일본#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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