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횡설수설/김선미]

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2-02 03:00수정 2021-02-0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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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g이 넘는 소아용 인공심장 기계에 의지해 살아가던 다섯 살 현우(가명)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이제는 하늘나라로 떠난 고홍준 군(사망 당시 아홉 살)으로부터 진짜 심장을 이식받았다. 병실 침대에서만 살아야 했던 현우에게 새 삶이 생겼다. 홍준이는 현우에게만 장기를 준 게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세상을 뜨면서 심장, 간, 폐, 신장 두 개, 각막 두 개 등 일곱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시킨 히어로콘텐츠팀 2기의 기획연재보도 ‘환생: 삶을 나눈 사람들’은 국내 장기기증의 현황을 다룬다. 국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장기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를 서로 알 수 없게 하지만 동아일보는 공익적 목적일 경우 정보공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관련법을 활용해 취재했다.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도 알아선 안 되지만 삶을 나눈 홍준이와 현우…. 현우 가족은 “기사를 통해서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심장을 받은 현우와 가족의 큰 기쁨이야 충분히 상상이 된다. 다만 어린 아들의 일부를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고 하늘로 보낸 부모의 마음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아들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뜬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그들은 큰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취재진이 홍준이 것이었던 현우의 건강한 심장 박동 동영상과 심전도 그래프를 보여주자 홍준이 아버지는 오열했다고 한다. “현우를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 해도 될까요. 세월이 흐르면 이제 몇 학년이 되는구나, 이 계절엔 소풍도 가겠구나 떠올릴게요.”

▷국내 장기이식법이 제정된 지 20년. 여전히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478명에 그쳤다. 뇌사자가 장기기증을 했다고 하면 마치 깨어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것처럼 잘못 인식돼 괜한 오해를 받기 일쑤다. 장기기증 유가족에게 정부가 장제비를 지급하는 걸 두고 ‘장기를 팔았다’란 비난도 한다. 윤리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기증자 기념공원을 건립해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이들과 가족에게 사회적 존경을 담자고 제안한다. 장기기증은 명예로운 일이라는 걸 미래 세대가 알게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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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시 ‘삶’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내 몸 속에 길을 낸 혈관 속에 사랑은 살아서 콸콸 흐르고 있다.’ 장기이식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지만 보석 같은 눈과 심장을 사랑의 선물로 주고 떠나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 있다. 그들의 사랑이 새 육신들에 심어져 생명의 샘처럼 솟아 흐른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환생#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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