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대한민국 밖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광화문에서/신수정]

입력 2021-01-12 03:00업데이트 2021-01-12 03:48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신수정 국제부 차장
“대한민국을 떠나 아프리카에 가라, 아니면 동남아로 가라.”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2019년 11월 ‘부모의 시대, 자녀의 시대’를 주제로 한 입시설명회에서 했던 말이다. 손 회장은 “한국의 인구구조가 과거 종 모양에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바뀌면서 지금의 10대 이하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적다. 인구학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과거 고도압축성장 시기에는 대학을 잘 가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 이른바 중산층으로 살아가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위기에 처한 한국에서 자녀 세대는 부모가 했던 방식처럼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한국의 주민등록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인구 쇼크 문제가 대두되면서 당시 손 회장의 강의 내용이 여러 인터넷 카페 등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다. 손 회장은 강연에서 “자녀의 시대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어떤 분야에서 남보다 뛰어난 창의성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동남아, 아프리카 등 젊은 인구들이 계속 늘어나는 국가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서 새 기회를 찾아라”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했지만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위기와 이로 인한 자녀 세대의 고통을 지적한 부분에는 공감한다는 이들이 많았다.

새해가 되면서 여러 이민업체들은 잇달아 이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경 간 이동이 거의 봉쇄돼 이민이 주춤했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이민 수속을 재개하면서 이민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이민법인 대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갑자기 실직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돌파구를 찾던 이들이 이민을 많이 갔다”며 “최근엔 고학력자 3040세대에서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고 싶다며 이민을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았던 국가 외에 포르투갈,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는 물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까지 이민 가기 원하는 나라도 다양해지고 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10년간 대기업에서 일한 뒤 최근 포르투갈로 투자 이민을 간 돈파파(필명)는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이민을 준비한 이야기를 쓴 ‘부의 속도’에서 “점점 높아져 가는 세상과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온전한 나만의 기준,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 여유로운 노후, 자녀의 교육과 성장을 위해서 떠났고 후회가 없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분야에서 본격적인 리셋, 리부팅이 일어나는 시기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시한 2021년 화두도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이다. 저출산 문제는 2011년부터 10년간 200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고도 풀지 못한 숙제다. 치열한 경쟁, 양질의 일자리 부족, 높은 집값 등 아이 갖기를 주저하게 하는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자녀 세대들이 부모 세대보다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리셋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