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가주택 실험[횡설수설/김광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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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 공급에 공공자가주택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소유권을 기준으로 볼 때 공공(公共)과 자가(自家)는 서로 충돌되는 개념이다. ‘뜨거운 얼음’ ‘검은 백마’처럼 형용모순(Oxymoron)이다. Oxymoron은 oxy(예리한)와 moron(저능아)의 합성어로 똑똑한 바보라는 뜻이다.

▷공공자가주택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일단 알려진 것으로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 두 가지다. 토지임대부는 ‘건물은 자기 소유, 토지는 국가 소유’로 장기 임대받는 방식이다. 환매조건부는 분양받은 사람이 주택을 매각할 때 공공기관에 미리 합의된 가격에 되파는 방식이다. 두 가지 방식의 핵심은 분양가가 낮고 장기 거주가 가능한 대신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은 국가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뜻대로만 된다면 정부로서는 집값 상승에 따른 소득불균형의 해소, 주거 안정, 세수 확보 등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셈이다.

▷실험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2007년 경기 군포에서 환매조건부 415채, 토지임대부 389채가 분양 공고됐지만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해 청약 미달로 끝났다. 또 2009년 서울 강남 서초 보금자리주택 중 일부가 토지임대부 형태로 분양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토지소유권이 없어 별 인기가 없었지만 30평형의 경우 분양가 2억 원보다 5배 이상 올라 주변 공공분양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집을 사는 이유 중 하나가 자산 증식이고 많은 경우 노후 자금용이기도 하다. 집을 단지 거주의 수단으로만 여기라고 하는 것은 당위일지는 몰라도 현실적이지는 않다.

▷본격적인 공공자가주택은 사유재산권 보호를 체제의 근간으로 삼는 현행 헌법을 뒤집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변 후보자도 교수 시절 “사유재산권 보호에 기초해서는 전면 철거형 재개발사업을 막을 수가 없다”면서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모든 판례를 다 뒤집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1990년대 정부가 토지공개념에 기초해 추진했던 주요 법안 3개 가운데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는 위헌 판정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제만 살아남아 있는 상태다.

▷땅이나 집으로 번 돈은 불로소득이니 국가가 모두 가져간다는 생각은 그럴듯하다. 그렇다면 국고가 투입돼 개발되는 전철역이나 신공항 주변의 집값 땅값 상승분도 일반 세금이 아닌 특별이익으로 국가가 모조리 환수해 가야 옳다. 비현실적인 주장과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시장이 왜곡되고 원하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것을 전임 장관 시절에 충분히 봤다. 공공자가주택이 똑똑한 바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변창흠#국토교통부#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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