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휴전’ 깨진 美민주당, 한반도 상황까지 흔들 수도[광화문에서/이정은]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20-11-16 01:00수정 2020-11-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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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미국 뉴욕의 여성 바텐더 출신으로 불과 31세 나이에 최근 연방 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워싱턴 정가에서 그는 이름 앞 글자를 딴 ‘AOC’로 불린다. 단순한 약칭을 넘어 민주당 내 강경 진보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이름이다.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시도했던 인터뷰 섭외는 성사되지 못했다.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젊은 초선 의원임에도 의원실을 뚫어내기가 의외로 쉽지 않았다. 당시 섭외를 도왔던 한 인사는 “AOC는 민주당의 강경 좌파들이 키우고 만들어낸 젊은 신진 세력의 대표 브랜드”라며 “단순히 개인을 넘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진보 세력이 그의 뒤를 받치고 있다”고 했다.

그런 AOC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하자 당 내부는 크게 출렁였다. 그는 “‘풀뿌리의 힘’에 흥분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들이 곧장 버림받는 게 민주당의 역사”라며 일침을 놨다. “인수위원회 활동은 (특정 세력을) ‘왕따’시킬지,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을 할지를 확인할 시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내각 구성 등 인수위의 인선에서 바이든의 당선에 기여한 젊은 신진 세력들에도 지분을 달라는 사실상의 압박으로 해석됐다.

바이든 당선인으로서도 당내 강경 진보 세력의 기여를 외면할 수는 없다. 당초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밀던 좌파 세력이 ‘반(反)트럼프 연대’에 동참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더라면 대선은 훨씬 힘든 싸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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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캠프로부터 ‘극좌파’라고 공격받아 온 바이든 당선인이 곧바로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7200만 명의 보수 지지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인수위의 움직임을 쳐다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까딱 잘못했다간 당장 2년 뒤 중간선거는 물론 2024년 대선에서도 우파의 ‘사회주의’ 공격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팽배하다.

당내 온건파들은 “좌파 세력들 때문에 하원 의석들을 뺏겼다”며 이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간신히 하원 다수당을 유지했지만 플로리다, 아이오와, 뉴멕시코 등 핵심 지역에서 총 7석을 잃었다. 상원 역시 당초 예상과 달리 아직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선거 직후였던 5일 민주당이 진행한 일종의 온라인 연찬회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폭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눈물과 분노와 저주와 비난’이 여과 없이 쏟아졌다고 한다. 노골적인 손가락질과 내부 총질이 이어졌다. “모든 전투를 다 이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전쟁은 이기지 않았느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달래기도 소용없었다.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협상에 나서는 데 길게는 1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집권 여당이 시끄러운 집안 정리에 매달리느라 북한 같은 외교 현안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민주당의 내부 분열이 한반도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진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으로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지켜봐야 할 변수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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