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동성 3077조, 부동산·주식보다 산업현장 흘러가도록 해야

  • 동아일보

코로나19까지 겹쳐 경기는 사상 최악 수준인데도 기업의 현재와 미래 실적을 반영한다는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이다. 정부가 한 달이 멀다 하고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데도 한번 오른 집값은 내릴 줄을 모른다. 이처럼 자산 가격이 치솟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 자금이다.

한국은행이 13일 내놓은 ‘통화 및 유동성’ 통계는 이런 사정을 잘 보여준다. 유동성 지표로 M2(현금, 수시입출식 예금, 요구불 예금, 2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가 많이 활용되는데 올 6월 현재 3077조1000억 원에 달한다. 6월 한 달 사이에 23조2000억 원이 늘어난 것이고 5월에도 35조3000억 원이 늘었다. 작년 한 달 평균 17조6000억 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에 얼마나 많은 돈이 시중에 풀렸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코스피가 2,400을 넘어 올해 초 대비 8%, 3월 저점 대비 60% 이상 올랐고 서울 전체 주택가격은 현 정부 출범 후 635조 원 올랐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석이 나오는 것도 주로 유동성 흐름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인 이른바 버핏지수가 전 세계 총합 100%를 넘어 거품 우려를 낳고 있다. 유동성 확대 기조는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자금들이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현장보다는 주로 부동산시장, 증시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과감한 규제개혁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자금이 생산부문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동시에 좀비기업을 정리하고 산업을 재편하는 방향에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가 지난 뒤에 거품 붕괴로 인해 또 다른 차원의 위기를 겪을 거란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식#코스피#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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