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정책, 정권 임기 내 성과 집착하면 김정은에 놀아날 뿐

동아일보 입력 2020-07-06 00:00수정 2020-07-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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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4일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조미 대화를 정치적 위기를 다뤄 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 라인 개편 인사를 단행한 바로 다음 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을 며칠 앞둔 시점에 낸 담화다.

최선희 담화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는 듯한 내용이지만, 역설적으로 그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북한식 언사로 읽힌다. 북한의 부정과 반대는 늘 조건과 전제를 부각하려는 딴청이다. 담화가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 즉 문 대통령 발언을 근거로 ‘수뇌회담설의 여론화’를 기정사실화하는가 하면, 자극적인 대미 비난을 삼간 것에서도 그 속내를 엿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남측의 새 대북 라인을 향해 먼저 미국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양보안을 받아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개편에선 기존 물밑 대북 라인이 전면에 나서고 20년 전 남북 정상회담 성사 주역과 민족해방(NL)파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가세했다. 이런 진용이라면 북한의 강경 기류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들도 “때로 담대하게 움직이겠다” “다시 평화의 문을 열겠다”고 대북 성과를 다짐했다.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대통령을 위한 충성’까지 운운했다. 과거 정보기관이 국가가 아닌 정권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던 시절로의 회귀를 걱정하는 건 기우겠지만, 정권 임기 내 성과 내기나 이념·진영의 이익을 우선시해 국가안보를 다룰 위험성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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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에선 벌써 북-미 교착 타개를 위해 ‘스몰딜+알파’, 즉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일부 추가 비핵화를 대가로 대북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해주자는 중재안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거부해온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정의와 이행 로드맵 합의 없이는 대북 편향적 흥정 붙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설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성과 욕심을 자극해 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그것은 또 한 차례의 속임수 이벤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북한은 지금 ‘새판’을 요구하며 미국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한국이 다시 판을 깔겠다며 나섰지만, 한쪽으로 기울어진 중재로는 어떤 결실도 맺기 어렵다. 기껏해야 나올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어설픈 합의일 것이다. 나아가 그렇게 부풀려놓은 기대마저 꺾이게 된다면 위태로운 대결만 앞당기게 할 뿐이고, 한국이 얻을 것은 불신밖에 없다.
#북한#김정은#조미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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