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남 삐라에 확성기까지… 찢어진 南北합의서 연연해 말라

동아일보 입력 2020-06-24 00:00수정 202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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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일대 20여 곳에 확성기 방송 시설을 재설치했다. 남북 정상이 2018년 합의한 4·27판문점선언의 명백한 위반이다. 북한은 대남 삐라(전단) 1200만 장도 날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16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은 거침없는 도발이다.

북한군은 21일 오후부터 어제까지 DMZ 전역에 확성기를 설치한 데 이어 앞으로 20여 곳에 더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4·27선언으로 철거했던 확성기를 모두 원위치하는 것이다. 확성기 설치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17일 예고한 4대 군사행동 지침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이 이처럼 4·27판문점선언과 9·19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도발을 강행했음에도 우리 군은 한마디 항의도 하지 않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마디도 보고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서도 “우리 영토 영해에서 이뤄지는 (재산 침탈) 사안과 다소 개념상 차이가 있어 9·19남북군사합의와는 연관성이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헌법상 개성공단도 대한민국 영토라는 점에서 맞지 않을뿐더러 군사용 폭약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로 우리 국가 재산이 산산조각 난 사건을 축소 지향적으로만 해석한 것이다.


북의 확성기 재설치에 대한 우리 군의 맞대응은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침묵과 방관이 우리의 대응이어서도 안 된다. 단호한 의지와 대응태세를 보여주지 않으면 “더한 일을 해도 되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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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7일부터 대연평도 맞은편 개머리해안 해안포 포문을 열어 놓는 등 4·27선언이나 9·19합의는 안중에 없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와 군지도부가 이미 상대방에 의해 휴지조각 취급받고 있는 선언과 합의서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면 일선의 대응은 위축되고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과잉 대응은 삼가야겠지만 ‘희망적 사고’에 빠져 저자세로 대응하면 북에 오판의 빌미를 줘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남#삐라#비무장지대#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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