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세금 더 걷어서”, 野 “예산 늘 테니”… 재원 대책 없는 무책임 空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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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4·15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분야에 걸친 10대 공약을 제출했다. 하지만 그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민주당은 대부분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 통합당은 ‘예산 증가분 활용’을 각각 제시했다. 결국 민주당은 세금을 더 걷어서 마련하겠다는, 통합당은 예산 증가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원내 1, 2당의 총선 공약들은 솔깃한 얘기들로 가득하다. 민주당의 벤처 4대 강국, 세계 5위 국방력, 반값 등록금 공약부터 통합당의 임신·출산·보육 국가책임, 반려동물 기초의료서비스, 왼손잡이 기본법까지 다양하다. 항목마다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정책들이지만 제대로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소요예산에 대해서조차 여당은 구체적 추계도 없는 막연한 액수를 일부 제시했을 뿐이고, 야당은 그마저도 아예 없다.

이 모든 공약의 실현도 여야엔 그저 쉬운 일인 듯하다. 민주당은 ‘재정지출 개혁과 세입 확대를 통해’, 통합당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예산증가분(평균 6.9%)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일부 공약에선 각종 명목의 기금에서 조달하거나 그 여유자금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들 기금 중엔 벌써 수조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곳이 적지 않지만 이런 사정은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다.

여야가 나름대로 애써 준비했다는 10대 공약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위기에 편승한 즉석 선심 경쟁은 더욱 가관이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전 국민에게 차별 없이 1인당 현금 50만 원을 즉시 지급하자”고 나섰고, 이에 질세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지역·소득과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했다. 공식 선거전 초반부터 이러니 앞으로 이보다 더한 공수표도 수없이 나올 것이다.

선거판만 벌어지면 나라 곳간 사정은 안중에 없고 국민 혈세를 마치 손안의 떡인 양 여기는 정치권의 한심한 행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과거 대선에서 국가안보는 뒷전이고 군 복무기간 단축을 놓고 경쟁하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더욱이 이번 총선에선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지혜를 모으기는커녕 위기를 빙자해 돈 쏟아붓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라를 거덜 낼 정당이 어딘지, 이것부터 국민은 똑똑히 가려내야 한다.
#4·15총선#돈 쏟아붓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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