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집열판 무분별 설치…산림 생태계 크게 훼손돼[내 생각은/변광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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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려한 산과 들을 파헤쳐 태양광 패널을 깔아놓은 곳을 볼 수 있다. 마치 상처 입은 환자의 몸에 붕대를 감아놓은 듯 산천이 온통 상처투성이다. 환경을 지키겠다고 목청 높이던 환경 파수꾼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제3의 대체 에너지 개발에 투자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되지만, 이렇게 무분별한 개발은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전기에너지 집약산업인 중화학공업이 국가 경제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전기는 우리 몸속의 피와 같다. 그동안 총 전력 생산의 95% 이상을 화력과 원자력 그리고 수력발전에 의존해 왔다. 이 중 30%가 원자력발전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탈(脫)원전을 선포하면서, 태양광발전에 2030년까지 4조1000억 원을 투입해 총 전력 생산량의 20%(5425MW·메가와트)가량을 생산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확보된 면적이 4.8km²(5.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5.3%의 태양광발전 부지 면적이 온 산천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는데 남은 94.7%의 부지를 모두 확보한다면 우리 산천은 중환자의 모습처럼 되고 말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태양광발전은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이나 호주, 중국 등에 설치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다.

한 원자력발전 전문가는 태양광을 학교나 공공건물, 대단위 공장 건물 옥상에 설치해 공동으로 소모하는 에너지의 공급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진단했다. 반세기에 걸쳐 울창한 숲으로 만들어 놓은 산림을 마구 파헤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을 때 생태계의 파괴는 상상을 초월한다. 파괴된 산림 생태계를 다시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 소요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변광옥 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태양광#산림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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