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용보험 5년 뒤 고갈, 사회보험을 쌈짓돈처럼 쓴 결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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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의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기금 실업계정이 현행 보험료와 지급액을 유지한다면 2024년 고갈될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했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료를 쌓아둔 고용보험기금 실업계정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부터는 매년 1조 원 이상 적자를 내다가 5년 뒤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681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8%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와 연동된 실업급여 수급액이 오른 데다 고용 참사까지 겹치면서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 원인이 크다. 하지만 정부가 주52시간 시행 기업을 지원하는 일자리함께하기사업에도 투입하는 등 고용보험의 적자 폭을 이중 삼중으로 키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통상임금의 80%까지 확대한 육아휴직 급여 등 모성보호·육아지원사업 역시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된다.

실직자가 다시 일자리를 찾는 동안 생계 지원과 만성적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그러려면 고용보험기금이 충분해야 한다. 일자리를 최대한 만들고 유지해 보험료 수입은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지금처럼 일단 지출부터 늘리고 보험료율을 높여 더 거두면 된다는 발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정부는 고용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인상할 계획이다.

고용보험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 재정에 모두 비상등이 켜졌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문재인 케어’의 시행 이후 건강보험은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2026년이면 모두 고갈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이보다 앞서 2022년 고갈된다. 국민연금은 2057년이면 적립금이 모두 소진되는데 연금개혁은 실종된 상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 고령화 변수까지 감안하면 사회보험을 아껴 써도 모자랄 판이다. 당장 돌아가는 혜택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이면의 부담 증가도 함께 설명하며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달콤한 약속만 하고 사실상 증세와 다름없는 사회보험 청구서를 감춰서는 안 된다.
#실업급여#고용보험기금#사회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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