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교육시장 돈 벌어줄 정보 내놓으라는 대입 개편 공론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일 00시 00분


코멘트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작업을 진행 중인 국가교육회의는 지난달 29일 교육부와 49개 대학에 학교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점수와 최근 4년간 합격자 관련 정보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모두 민감한 내용으로 사교육시장 입시컨설팅에 악용될 우려가 높은 데다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들이다. 실제로 해당 대학들은 자료 제출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자료를 요구한 사람은 공론화위원회의 대입 시나리오 도출 과정에 참여한 35명 가운데 한 명인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이다. 이 씨는 2002년 입시전문기업 스카이에듀를 설립하고 대표를 지냈던 사람이다. 사교육시장 이해관계자가 대입 개편 공론화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데다 사교육시장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요구했다는 사실도 어처구니가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입제도를 개편한다는 대통령 직속기구가 공익을 저버리고 사교육 업체의 이해관계에 맞장구를 친 형국이다. 대입 개편 공론화와 시나리오 도출 과정이 얼마나 부실하고 편향되게 이뤄질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렇게 만든 시나리오 4개 가운데 하나를 비전문가 시민참여단 400명으로 하여금 고르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이다. 논란이 일자 국가교육회의는 “일단 자료를 요청해 본 것이며 못 받으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하고 황당한 답변이다. 공공의 업무를 수행할 최소한의 양식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갑질 완장’을 채워준 셈이다. 위법 소지까지 있는 자료 요청을 중간에 거르지 않고 대학에 전달한 교육부도 자격 미달이긴 마찬가지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사교육#국가교육회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