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실형 선고에 따른 리더 장기 공백 상황을 ‘선단장 없는 함대’에 비유하며 미래가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독일 국제가전전시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 변화가 워낙 빨라서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삼성의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음을 토로한 것이다.
올 2분기 삼성은 반도체 분야에서 인텔을 제치고 매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런데도 윤 대표가 위기를 피력한 것은 이 부회장 부재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선제적 투자와 사업구조 개편이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삼성반도체의 호황은 2010년부터 작년까지 한 94조 원의 투자 덕분이었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했던 2010년 화성반도체라인의 26조 원 투자, 작년 독일 전장업체인 하만 인수 결정 등은 ‘선단장’인 오너의 결단이 있어 가능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1분기에만 30여 개의 기업을 인수합병(M&A)한 반면 삼성은 올 들어 대형 M&A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윤 대표가 말한 두려움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을 하기 힘든 전문경영인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삼성의 위기를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보는 시각은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한 것이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삼성전자의 수출 비중은 20% 이상이고, 삼성전자가 내는 이익은 전체 상장사 이익의 30%가 넘는다. “상장기업의 이익이 증가했지만 10대 그룹을 빼면 20% 넘게 하락한 것”이라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은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쓴소리다. 재계의 우려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난다면 민간 일자리 창출도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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