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인명부 분실한 새정연, 靑 문건 유출 나무랄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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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2월 8일 개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36만 명의 시민선거인단 명부를 분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8월 당사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분실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누군가가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빼돌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 문건 유출을 두고 비판에 열을 올렸던 새정치연합으로선 할 말이 없게 됐다.

이 명부는 2012년 두 차례의 당 대표 경선과 대선 후보 경선 때 활용됐다. 새정치연합 당규의 대표 선출 규정에는 ‘시민명부에 기재된 선거인단 여론조사 결과를 6분의 1로 반영한다’고 되어 있다. 내년 전당대회에 적용할 대의원, 권리당원, 일반 당원·국민의 의사 반영 비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일반 당원·국민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체의 20∼30% 비중으로 반영할 경우 이 가운데 6분의 1인 3.3∼5%의 의사를 반영할 여론조사 대상이 사라진 셈이다. 경선 룰을 두고 불붙고 있는 계파 간 갈등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새정치연합은 당내 주요 선거 때마다 선거인단과 룰 문제 등으로 심각한 홍역을 치렀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에는 선거인단 등록자 89만 명 가운데 4분의 1인 22만 명이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당 지도부와 대선 후보 경선 때에도 시민선거인단과 모바일 투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결국 친노(친노무현)계의 의도대로 룰이 정해지면서 친노계가 당 대표와 대선 후보를 싹쓸이했다. 공직 후보자 공천과 당직자 인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새정치연합의 계파 갈등이 친노 패권주의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친노의 득세는 새정치연합을 강경 투쟁 일변도로 몰고 갔다. 새정치연합이 남에게는 엄격한 민주주의의 잣대를 들이대지만 정작 내부의 민주주의는 창피한 수준이다.

내년 2·8전당대회에는 친노의 좌장 격인 문재인 비대위원을 비롯해 정세균 박지원 비대위원의 대표 출마가 유력하다. 청와대 문건 유출과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국민들에게 아무런 존재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시민선거인단 명부까지 분실했으니 새정치연합의 무능과 자중지란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새정연#문건 유출#선거인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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