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들, 예금이자 대폭 내리고 은행연합회엔 돈 퍼주나

  • 동아일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자마자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적금 금리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그러자 시중은행들은 예금과 적금 금리는 크게 내렸으나 대출 금리는 쥐꼬리만큼 인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16종의 예금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우리잇통장은 연 2.0%에서 0.3%로 1.7%포인트나 내리고, 주택청약 정기예금과 장기주택마련저축 금리도 최대 0.5%포인트 인하했다. 농협은행은 큰만족실세예금 금리를 연 2.4%에서 2.05%로 0.35%포인트 내렸다. 다른 은행도 예금 금리를 내릴 예정이다. 반면 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를 0.02∼0.09%포인트 인하해 내리는 시늉만 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금리 인하의 혜택이 기업과 개인에 돌아가지 않고 은행의 배만 불리게 될까 걱정이다.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1억 원을 은행에 맡겨도 이자는 한 달에 10만여 원에 불과하다. 가계 대출은 1000조 원을 넘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한은은 기업과 서민의 금리 부담을 줄여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하려고 금리를 내렸지만 은행들은 금리 장사로 잇속 챙길 궁리만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정부가 최대 주주이고, 농협은행도 정부 지원을 받는 농협중앙회가 주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 은행들이 실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 지원해 수익성을 높이는 창조금융을 활성화하지 못한다며 수차례 비판했다. 그 대신 손쉬운 예대마진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도 ‘금융권 보신주의’를 강하게 질타했지만 현장에서는 요지부동이다. 은행들이 불황기에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만 늘리는 얌체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

반면 은행들은 자신들 이익단체의 도덕적 해이에는 한없이 관대했다. 어제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전국은행연합회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임원 출장 때 배우자의 여행비까지 지급했다. 시간외수당과 연차수당을 더 많이 챙겨주고, 공직선거에 나가는 직원에겐 3개월의 유급 휴직을 주는 등 25개 사항이 지적됐다. 모피아(기획재정부+마피아)들의 ‘쉼터’인 은행연합회는 회장 연봉이 7억3500만 원에 이른다. 은행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연합회가 이처럼 펑펑 쓰는 돈은 결국 금융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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