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에 조화 보내면서 정부 대화 제의는 무시하는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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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어제 개성공단을 방문해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김정은이 보낸 조화를 받아왔다. 박 의원은 DJ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북한은 조화를 남한으로 직접 보낼 수 있는데도 DJ의 측근들을 굳이 북한으로 불러 생색을 냈다. 북한의 요청에 따라 조화를 받으러 개성공단으로 달려간 박 의원 등의 행보도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어제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적대적인 행동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북남 협력의 길이 반통일적인 5·24조치에 의해 꽉 막혀 있다”며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환경 민생 문화 분야의 협력사업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곧바로 거부했다. 북한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을 비난하면서 선제타격 협박도 했다.

북한이 남북 경색을 풀 의지가 있다면 우리 정부가 제의한 고위급 회담을 피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면 5·24조치도 논의할 수 있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지원 의원을 만난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는 고위급 회담을 하자면서 한미 군사훈련을 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고 한다. UFG는 연례적인 군사훈련이다. 방어적 성격의 한미 훈련보다는 올 들어서만 17차례에 걸쳐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하며 ‘불바다’ 운운하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할 자격도 없다. 5·24조치만 하더라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제재이므로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책임 인정이 선행돼야 한다. 북한은 지난달 판문점에서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실무접촉도 우리 측의 태도를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했다. 고위급 회담과 아시아경기대회 접촉을 거부하는 것은 북한이 남북 경색을 풀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야권을 잘 활용하면 남한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오판을 할지도 모른다. DJ 5주기를 맞아 조화를 보내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는 무시해 현 정부와 과거 정부의 갈등을 유발하려는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 야권도 남남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북한의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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