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가 그제 보도자료를 내고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수사의 모든 책임을 전남 출신이 뒤집어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남에만 책임을 묻는 것을 엄중히 규탄한다”는 말도 했다. 유병언 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 수사와 관련해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과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이 직위 해제된 배경이 전남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6월 12일 유 씨의 은신처였던 순천 별장에서 불과 2.5km 떨어진 곳에서 그의 시신이 발견됐는데도 경찰이 단순 변사로 처리한 데 대한 문책으로 직위 해제됐다. 시신 옆의 가방에 유 씨가 이끄는 구원파 계열사가 만든 스쿠알렌 병 등이 있었는데도 경찰은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온 21일에야 유류품을 조사했다. 이 바람에 세월호 수사는 40일 동안 큰 혼선을 빚었다. 경찰 지휘 라인을 문책하는 당연한 수순을 놓고 ‘지역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데 누가 공감할지 의문이다.
순천-곡성 선거구는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선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서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 후보의 주장은 지역감정을 자극해서라도 표를 모아보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서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대통령의전비서관 출신으로 재선 의원을 지낸 ‘노무현의 남자’다. 정치 초년병도 아닌 그가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주장을 버젓이 보도자료로 만들어 돌린 것은 무엇보다 지역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일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정치 무대에서 퇴장한 이후 국민들 사이에는 ‘3김 시대 유산’인 지역감정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각각 부산시장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한 범야권 오거돈 후보와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가 당선권에 육박하는 표를 얻은 데서도 민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서 후보의 발언은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점에서 더 실망스럽다. ‘새 정치’를 외쳐온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