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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
[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71>‘나 사랑해?’의 진실
동아일보
입력
2014-07-12 03:00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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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랑해?”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다가 아내가 밑도 끝도 없이 물었다. K는 사레가 들릴 뻔했다. 결혼 20년째에 무슨. 그는 아내에게 되물었다. “왜?”
그의 ‘왜’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었다. 첫째, 그런 걸 왜 물어? 둘째, 왜 사랑해야 하는데? 아내의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다. 셋째, 아닌 걸 알면서 왜 물어?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었다. 실화다. K는 친구들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랑이니 뭐니에 당황했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남자가 아내의 이런 질문에 짜증부터 낼 때가 있다. 먹고사는 데 보탬도 안 되는 소리를 왜 자꾸 하자는 것인지. 사랑? 결혼 10년이 넘는 남자들 기준으로는 이렇다. ‘큰 불만 없으면 된 것 아닌가?’
여자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문제다. 일본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 ‘성녀의 구제’라는 작품이 있다.
이런 내용이다. 정보기술(IT) 회사 사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사인은 중독사.
수사팀은 내연녀를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한 형사가 사장의 아내를 의심한다. 다만, 아내에게는 철벽같은 알리바이가 있었다. 먼 친정에 가 있었던 그녀에겐 독극물로 남편을 죽일 방법이 없다는 것.
형사는 물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전모를 밝혀낸다. 사랑을 잃어버린 아내의 복수극이었다. 다만, 범행의 방식이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사랑했던 그녀는 결혼할 때 이미 결심을 실천에 옮겼던 것이다. 정수기에 독극물을 설치해놓고, 남편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동안에는 냉장고에 생수를 가득 채워놓음으로써 굳이 정수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게 해놓았다.
남편이 배신한 순간 그를 죽인 게 아니었다. 거꾸로 남편이 배신하지 않는 동안 그의 목숨을 살려주고 있었던 셈이다.
곁에서 뜬금없이 “나, 사랑해?” 하고 물어보는 아내 또한 ‘성녀’일지도 모른다. 무능력보다 용서하기 어렵다는 남편의 무시와 무관심을 참고 또 참아내며 ‘사랑해?’ 질문으로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소설과 달리 우리 주변의 성녀들은 남편의 식수에 독을 타지는 않을 것이다. 치부책에 꼭꼭 눌러 써놓거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도 힌트라도 흘리듯 자꾸 기회를 준다. “나, 사랑해?”
결혼 15∼20년차 여성이라면 여성성을 잃기 전에 다른 인연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찬스일 수도 있다. 사랑의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새 인연 말이다.
이는 남자들이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예쁜 여자를 곁눈질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여자들은 관 속에 누워 두 손을 모으는 순간까지도 사랑받는 여자이고 싶어 한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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