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손효림]쿠바의 이중 통화제 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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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정부가 1994년부터 유지해 온 이중 통화제도를 폐지하고 단일 통화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쿠바에는 내국인이 사용하는 페소화(CUP)와 주로 외국인이 사용하는 페소화(CUC)가 따로 있다. 외국인 페소화만 외국 화폐와 환전할 수 있는데 그 가치는 내국인 페소화의 25배나 된다. 소련에 사탕수수를 수출하던 쿠바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렸다. 쿠바 정부는 이중 통화제를 도입해 외국인 관광객을 통해 외화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두 통화 간 가치가 벌어지면서 관광 분야 업종과 일반 업종의 임금 격차도 심해져 사회 문제가 됐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주도한 공산혁명이 성공한 후 쿠바는 미국과 국교를 단절했다. 미국은 경제봉쇄로 맞섰다. 물자가 귀해진 쿠바에서 물건이 낡아도 버리지 않고 고쳐 쓰는 게 일상화된 건 그때부터다. 자동차박물관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1950년대 미국 차들이 고색창연한 건물 사이를 달리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이 또한 이방인에게는 좋은 볼거리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쿠바에 20년이나 머물렀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어촌은 수도 아바나 인근에 있다. 그는 이곳에서 청새치 낚시를 즐기고 소설 속 노인의 실제 모델인 선장과도 친분을 나눴다. 헤밍웨이가 칵테일 ‘다이키리’를 즐겨 마시던 카페도, 럼과 탄산수를 넣어 만든 음료인 ‘모히토’를 즐기던 카페도 관광 명소가 됐다. 살아생전 쿠바를 사랑했던 미국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쿠바를 돕고 있는 셈이다.

▷체 게바라의 유골이 안장된 곳은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가 아닌 쿠바다. 체 게바라 기념관, 혁명박물관 등 쿠바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집권한 동생 라울 카스트로는 각종 경제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중 통화제 폐지도 그중 하나다. 경제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쿠바 경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쿠바 정부의 최대 관심사도 경제 살리기다. 앞으로 어떤 조치들이 더 나올지 궁금하다.

손효림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
#통화제도#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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