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야스쿠니 아닌 다른 전몰자 추도 방식 택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3시 00분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이 19일자 사설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인 마찰을 부르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전몰자 추도 방식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A급 전범(戰犯)을 합사한 야스쿠니에 대한 정치지도자들의 참배는 전쟁 책임 부정으로 인식되고, 정치와 종교 분리 원칙을 위반한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시작해 어제 끝난 올해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는 일본 현직 각료 두 명을 포함해 160명 안팎의 여야 국회의원이 참배했다. 참배 의원 수는 역대 추계 제사 중 가장 많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직접 참배는 하지 않고 공물 봉양을 통한 간접 참배 형식을 택했지만 총리 재임 중 적어도 한 번은 참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스쿠니에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을 때 총리였던 도조 히데키를 포함해 14명의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다. 일본 극우세력은 “모든 나라가 국가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전몰자들을 추도하는데 왜 야스쿠니 참배는 안 되느냐”고 주장하지만 다른 나라의 전몰자 추도시설과 야스쿠니는 성격이 다르다. 전쟁범죄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를 일본 총리나 각료, 의원들이 찾아가 추도하는 것은 일본이 저지른 가해와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고, 한국 중국 등 피해국 국민의 상처를 덧내는 도발적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정권 시절인 2001년 야스쿠니를 대신할 만한 참배 시설을 논의한 적이 있다. 새로운 국가 추도시설 설립이나 태평양전쟁 때 해외에서 사망한 무명 군인과 민간인의 유골이 안치된 지도리카후치 전몰자 묘원의 확충, 야스쿠니에서 A급 전범들을 분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자민당 안팎의 보수세력이 야스쿠니의 격이 떨어진다고 반발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달 초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야스쿠니 대신에 지도리카후치 묘원을 방문해 헌화했다. 일본이 국수주의적 논리로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하려 할수록 다른 나라들이 느끼는 거부감은 커질 것이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평화적인 선린(善隣) 외교를 추구한다면 야스쿠니 참배가 아니라 주변국이 수용할 만한 새로운 전몰자 추도방식을 택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일본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신사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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