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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기고/김성태]아프리카의 빈곤, 누구 책임인가

입력 2013-10-04 03:00업데이트 2014-07-2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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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국제구호개발NGO 한국월드비전 국제사업본부장
자기의 차례를 기다렸던 것일까?

또다시 극심한 기근이 불어닥친 ‘동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국가 중,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기근과 끝이 보이지 않는 내전으로 수십만 명의 소말리아 난민이 발생한 케냐국경의 다답 난민촌에 다녀왔다. 난민촌의 규모는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였고 그 처참함은 답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난민촌 한곳에 자리 잡고 있던 수십 개의 작은 흙무덤이었다. 이곳에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오래지 않아 그 흙무덤들은 극심한 영양실조로 난민촌에서 죽어간 아이들의 무덤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놀란 것은 이 수십 개의 무덤이 최근 2, 3주 사이에 생겼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곳을 채 떠나기 전에 또 하나의 귀중한 어린 생명이 삶을 마감하고 작은 흙무덤 아래 놓이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나를 더 안타깝게 만든 것은 아이의 죽음 앞에 오히려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이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프지 않을 리가 없을 텐데, 혹 난민촌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슬픔의 감정이 오히려 사치처럼 생각된 것은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었다. 아니 비난 받아야만 했다. 국제사회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8억7000만 명의 사람들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매년 5세 미만 아동 310만 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전 세계 아동 6600만 명이 오늘도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학교로 향하고 있다.

매년 10월 16일은 1980년 유엔총회에서 식량은 인류의 생존과 복지, 삶의 필수조건임을 결의하고 채택한 세계 식량의 날이다. 월드비전도 지난 수십 년간 세계식량계획(WFP)의 최대 비정부기구(NGO) 파트너로서 식량지원 사업, 친환경농업 사업 등을 통해 전 세계 식량안보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이슈가 책무성이다. 책무성이란 단순히 예산의 투명한 수립과 집행을 넘어 어떻게 주어진 힘과 자원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2005년 국제사회의 원조 효과성 강화를 위해 ‘파리선언’이 발표되었다. 이 중 하나가 공여국과 수원국 상호 간의 책무를 강화하고자 하는 상호 책무성(Mutual Accountability)이다. 하지만 이런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힘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지 못하는 다국적기업과 국제곡물시장의 큰손들 그리고 원조를 자국의 정치적 목적과 이윤 추구의 기회로만 사용하는 국가들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동들이 굶주림으로 소중한 생명의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 가고 있다.

다답 난민촌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다. 그 비난은 아이러니하게 결국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빈곤을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국제사회, 공여국, 다국적기업 그리고 개인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힘과 자원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는 것을….

김성태 국제구호개발NGO 한국월드비전 국제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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