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시아나 사고, 한미 공조로 정확한 원인 규명부터

  • 동아일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착륙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부상했다. 입원 승객 중 5명은 중태다. 일요일 오전 3시(한국 시간)쯤 대형 사고가 터져 아침잠에서 깨어난 국민들이 깜짝 놀랐다. 항공업계에는 ‘마(魔)의 11분’이라는 말이 있다.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를 시작한 후의 3분과 공항에 진입해 착륙할 때까지의 8분을 합한 11분 동안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이번 사고도 마의 시간대에 발생했다.

사고 항공기는 활주로에 착륙하던 중 비행기 꼬리 부분이 활주로와 충돌했고 이로 인해 기체의 뒷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사망한 승객도 후미에 있었던 중국의 10대들이다. 충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객실의 대부분을 태운 뒤 진화됐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으나 신속하고 침착한 대처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항공기는 B777-200 기종으로 운항한 지 7년 된 비교적 ‘새 비행기’였다.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에 “긴급사태다. 구급차를 요청한다” “비상차량이 대기하고 있다”는 교신이 오간 사실이 확인됐다. 교신이 사고 전인지, 후인지는 불분명하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미국에서 최근 5년간 사고율이 4위다. 사고가 조종사 실수 때문인지, 정비 또는 공항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지는 앞으로 규명해야 할 중요한 쟁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는 모든 관련 부처가 합심해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필요한 노력과 지원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사고 조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어제 특별기편으로 정부 조사팀, 아시아나항공 사고대책반 30여 명, 외교부 서기관 1명을 현지로 급파했다. 조사팀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 NTSB는 “사고 상황이 상당히 특수하다”고만 밝혔다.

당장 급한 것은 부상자 치료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사, 미국의 병원 및 당국, 현지의 한국 영사관 등이 긴밀히 공조해 추가 인명 피해를 줄여야 한다. 또한 불의의 변을 당한 피해자 가족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회사나 정부가 피해자 가족을 홀대하거나 진전 상황을 알려주지 않아 불필요한 갈등이나 마찰을 빚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창사 이후 3번째로 발생한 인명 피해 사고다. 해외 언론에 “한국의 항공사들이 과거 안전 문제를 지적받거나 사고가 난 전력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아시아나를 포함해 한국 항공사들에 대한 신뢰까지 추락하면 큰일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고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피해를 입은 탑승객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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