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수부 부활한 한국의 ‘불법어업국’ 오명 부끄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2일 03시 00분


한국이 미국 상무부가 2년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불법어업국가 보고서’에 포함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 정부는 2014년까지 관련법과 감독 체계를 고치지 않으면 한국 수산물의 미국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해왔다. 앞서 유럽연합(EU)도 한국에 불법어업 문제를 개선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새 정부는 해양강국의 포부를 안고 해양수산부를 부활했다. 한국은 90개의 원양업체와 359척의 원양어선을 보유한 원양어업 강국이다. 어획량은 중국 대만에 이어 세계 3위다. 그런 나라가 일부 원양어선들의 일탈로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나 이탈리아 멕시코 파나마 스페인 탄자니아 베네수엘라와 함께 불법어업 10개국에 포함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 사실을 쉬쉬하다가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국회의원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보고했다.

미국 상무부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20개 원양업체, 34척의 선박이 불법어업으로 적발됐다. 남극해에서 이빨고기(메로)를 어획 제한량보다 4배가량 많이 잡은 선박이 있었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는 ‘불법어업 선박’으로 등재하려 했으나 정부는 만장일치 제도를 방패삼아 과태료 150만 원과 3개월 영업정지 처분으로 끝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남극해에서 오물을 버리거나, 해상관리가 소홀한 서부 아프리카 해역에서 수탈적 불법어업을 한 경우도 많았다. 외국인 선원들이 노동착취, 성희롱, 임금체불 등을 당했다고 고발한 사례도 있었다.

국민 대부분은 ‘불법어업이란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역에 와서 하는 일’쯤으로 생각해 왔다. 일부 중국인 선원이 흉기를 휘둘러 단속 공무원이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져 국민적 공분(公憤)이 일곤 했다. 우리 어선도 나라 밖에서는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불법어업을 하고 있었다니 당혹스럽다. 나라의 격에 맞지 않는, 참 망신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불법어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모든 원양어선에 어선위치추적장치(VMS)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법안의 규제가 국제 규범에 맞는지, 감독 체계는 충분한지 치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양업체들은 지속가능한 조업을 위해 남획이나 불법어업을 스스로 근절해야 한다. 업계와 공무원 사이의 유착 여부에 대해서도 점검에 나서야 한다.
#불법어업#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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