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차지완]가해자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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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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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완 사회부 차장
차지완 사회부 차장
준기(가명·7)야, 하늘나라에 잘 갔니? 아빠 엄마의 스마트폰을 한 번이라도 더 써 보려고 실랑이를 벌이고, 레고블록 닌자고에 열광할 나이에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다니…. 영정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는 너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난다.

아저씨가 경남 창원에서 일어난 너의 비극을 전해들은 건 지난달 27일이었어. 하루 전날 태권도장 관장이 운전하는 승합차에 옷이 끼인 채로 끌려가다 주차된 화물차에 머리를 부딪혀 끝내 숨졌다는 소식이었지. 불과 한 달여 전에 경남 통영에서 너만 한 어린이가 학원 승합차 뒷바퀴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준기 소식까지 들으니 분노를 참기가 힘들더라.

관장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이 됐단다. 이 법의 3조 1항 ‘업무상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죄’를 저지른 혐의지. 중대 범죄 같지만 관장은 구속되지 않았어. 어떻게 사람을, 그것도 너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는 어린이를 죽였는데 구속되지 않을 수 있지? 너는 억울한 죽음을 하소연할 곳도 없는데 말이야.

경찰은 이렇게 설명하더라. 교특법에 따라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도주 우려가 없고, 음주운전과 과속 등 11개 중대법규를 위반하지 않아 영장을 신청해도 발부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거야. 관장은 5년 이하의 금고에 처해지거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면 준기 사망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준기 부모님과 합의가 원만히 되면 형량은 훨씬 줄어들 수 있지.

아저씨가 관장을 미워하는 건 아니야. 다만 피해자와 가족은 평생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지만 가해자는 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현실에 화가 치밀어. 한국은 교통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이 관대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란다. ‘범법자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는 아주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말이야. 아저씨는 상식에 맞지 않고, 정의에도 반하는 교특법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악법이라고 생각해.

교특법은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 처리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1981년 제정된 법률이란다. 당시 부의 상징인 승용차를 누가 소유할 수 있었는지 따져보면 이 법률이 어떤 계층을 위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지.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엔 ‘종합보험만 있으면 된다’는 위험천만한 생각이 자리를 잡았는지 몰라. 시대착오적 법률이 방조한 반칙운전에 네가 희생된 건 아닐까.

준기야.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새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야. 그런 정부라면 다시는 이런 비극을 만들어 내서는 안 되지. 준기 사망사고를 계기로 어른들이 자신의 운전습관을 돌아보고 착한 운전을 다짐했으면 좋겠어. 준기야, 아저씨도 너를 지켜주지 못한 대한민국의 어른이라는 점이 너무 부끄럽다. 정말 미안해.

차지완 사회부 차장 cha@donga.com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통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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