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임혁백]문재인의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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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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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작년 이맘때 어느 언론에서 문재인을 “문제가 없어 오히려 문재인 사람”이라고 호평을 했다. 그 후 ‘문제가 없는 착한 문재인’은 ‘선거의 여왕’ 박근혜와 ‘안철수 현상’의 안철수에 맞서 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대권 탈환을 이끌 장수로 우뚝 섰고 4·11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스타가 되었다.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이 4·11총선에서 패배했을 때도 ‘낙동강 벨트’ 구축에 실패한 문재인은 총선 패배를 초래한 문제아로 낙인찍히지 않았고, 오히려 100만 명이 넘는 유권자와 민주당 당원은 8월 말에서 9월 중순까지 전국 13개 지역에서 치러진 경선에서 문재인에게 전승을 안겨주어 그를 제1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주었다.

문재인의 승승장구는 여기까지였다. 후보가 된 후 그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처럼 역경을 겪게 된다.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은 명색이 경선으로 선출된 제1야당의 대선후보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는 물론이고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안철수에게도 뒤지는 수모를 당했다.

안철수가 마침내 공식적으로 대선전에 뛰어든 후, ‘철수의 신화’가 벗겨지고 안철수는 ‘글로벌 분노’의 한국적 표현인 ‘안철수 현상’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속살을 드러냈을 때에도 문재인은 잠시 반사이익을 누렸으나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서 위엄을 되찾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무현 아바타’ 이미지 못벗어나

안철수의 무지와 무능, 그리고 권력만을 추구하는 안철수 캠프 인사들의 ‘진심’이 드러났음에도 안철수를 압도하지 못하고 여전히 안철수와 지지율 경쟁을 하면서 현재 후보단일화 정면승부를 하고 있는 제1야당 대선후보 문재인에게 분명 ‘문제’가 있음이 확실히 드러났다. 문 후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이 풀어야 할 기본적인 문제는 ‘문재인은 노무현의 아바타’라는 것이다. 그는 책 ‘운명’에서 노무현이 물려준 미완의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는 운명이 자신을 대선에 출마하게 한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의 유산을 계승하고 노무현의 미완성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약속은 국민이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문재인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노무현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것이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당시 여당 후보인 정동영은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를 했지만 한국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530여만 표 차로 이명박 후보에게 대참패했다. 이는 정동영의 패배였을 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5년 통치에 대한 총체적인 국민적 부정이었다.

그래서 노무현의 오른팔이었던 안희정은 ‘노빠’들의 폐족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과 이명박 정권의 실정, 부패, 부정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였지만 아직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많은 국민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실책을 아직 사면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노무현 유산의 계승을 주 선거구호로 내세우고 있으니 대선후보로서 문재인에게 문제가 없다 할 수 있는가?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자 문재인은 ‘3철’을 비롯한 핵심 노빠 참모들을 읍참마속했고 안철수가 반(反)안철수 민주당 지도부를 숙청하지 않으면 단일화 협상에 응할 수 없다고 칭얼대고 협박하자 이해찬을 비롯한 당 최고위원 전원을 물러나게 했다. 물론 문 후보는 시대정신인 진보정치의 비전 및 전략의 실현과 관계없이 승리지상주의로 모든 것을 정치공학적으로 바라보는 노빠 참모들을 캠프에서 축출했어야 했다. 그런데 노빠축출사건은 모든 것을 화학적으로 통합하는 용광로 캠프를 만든다고 해놓고 머리인 선대위원들만 용광로이고 머리 안의 핵심은 노빠들로 채워놓은 문재인 캠프가 용광로 캠프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냈을 뿐이다.

그리고 ‘문제’의 핵심은 ‘인적쇄신’이 아니라 천하의 인재를 구하여 세상을 안전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고, 고르게 하는 ‘덧셈정치’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문재인의 문제이다. 문재인의 또 다른 ‘문제’는 ‘문재인 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와 안철수와는 달리 문재인은 브랜드가 없다. 문 후보는 노무현의 정책을 답습하거나 노무현이 남기고 간 ‘숙제’를 풀려 하지 말고 대다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문재인 표 정책과 비전’을 만들어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실패한 노무현 정책인 종부세, 균형발전, 북방한계선(NLL) 등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 수정이 있어야 할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우클릭하여 만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등을 발전적으로 수용해서 자신의 정책으로 만들어야지 굳이 좌클릭해서 원점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표’ 정책-비전 제시해야

얼마 전에 있은 미국 대선에서는 주류 여론기관의 예측과는 달리 기득권의 이익이 아니라 서민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참하고, 동행하는 후보가 대승하였다. 이는 12월 한국 대선에서 표출될 시대정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도지표이다. ‘문재인의 문제’를 해결하면 문재인도 시대정신의 초청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초청에 응답한다고 해서 반드시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재인#대선#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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